우리일행의 중국여행 목적지는 연길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6개의 봉우리를 넘으며 9시간을 종주한 끝에 백두산 천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평소 착한 일을 많이한 사람일수록 선명하고 깨끗한 천지를 볼 수 있다는 데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백두산 꼭대기의 맑고 깊은 천지(약300미터)의 거대한 장관을 보았다. 천지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큰 폭포가 되어 압록강으로 흐른다. 그 물은 어찌나 차가운지 우리 일행의 갈증과 피로를 단번에 풀어주었고 우리는 마음껏 마셨다.
다음 날 심양에 있는 북한 영사관으로부터 평양 3박4일 여행에 관한 인터뷰 통보를 받았다. 북한 땅이 강 건너 바로 코앞인지라 호기심으로 연변의 여행사를 통해 신청한 관광이 허락된 것이다. 북한영사관에서는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했지만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긴장감을 가지고 심양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고려항공 비행기를 탔다.
거의 모든 사람이 달고 있는 김일성배지가 긴장의 끈을 풀 수 없게 했지만 우리의 여행을 맡은 안내원은 첫 인상부터 부드러웠다. “우리는 역시 한 민족이구나” 느껴졌다. 안내원 동무라 부르는 그는 경험이 많은 듯 친절하고 매너도 좋았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의 생활을 궁금해 했고 ‘고난의 행군’때의 어려운 사정도 나누었다. 30여년 전 한국 땅을 떠나 복잡한 서울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고향을, 또 이웃들의 정을 느꼈다.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의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산다”라는 구호 아래 외부와 차단되면서 경제가 철저히 붕괴됐지만 어찌하겠는가.
‘평생 한 번이면 족할 여행’이란 제목의 NYT 기자의 북한여행 혹평은 열악한 시설들에 대한 불평에 불과해 안타깝다.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얼마만큼의 기대를 갖고 방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평양의 거리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 소유의 차도 없고 새 차도 볼 수 없었다. 99절이라는 북한의 경축일로 많은 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삼삼오오 다니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우리는 아무 제재 없이 편안하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다음 날은 묘향산으로 향했다. 꽤 우거진 숲속, 수총사 스님은 미국에서 왔다는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팔만대장경 원본이 보관된 곳을 둘러보고 문화재관리에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그들의 자랑을 들었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개울을 하나 건너 김일성,김정일 선물기념관을 관람했다. 입구에서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거대한 지하건물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반짝반짝 대리석 바닥에 끝이 보이지 않는 홀, 거대한 방마다 외국정상들로 받았다는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방들이 300개나있다.
나무를 쓰지 않고 모두 돌로만 지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묘향산 땅속에 이 거대한 초호화 건물을 짓다니 그 대단한 재주에 놀랐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인민들에게 헌납했다는 이 곳. 그러나 수많은 인민들의 노동력이 착취되고 희생되었을 이 곳. 착찹한 마음을 내색할 수 없었다. 훗날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지…
다음 날 빠듯한 일정으로 3시간을 달려 개성을 거쳐 판문점을 돌아보았다. 저녁 평양시내에서 그 유명한 아리랑축전 관람이 있었다. 10만명이 펼치는 카드섹션과 무용, 일률적으로 펼쳐지는 율동, 1시간 3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의외로 많은 외국관람객을 보며 북한이 외화벌이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북한이 하루빨리 중국처럼 개방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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