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적과 자신을 잘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 뒤에 “적을 알고 자신을 모르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질 것이며, 적을 모르고 자신조차 모르면 매번 싸움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 이어진다. ‘백전불태’를 ‘백전백승,’ 또는 ‘백전불패’로 잘못 아는 사람도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략가였던 손무가 쓴 이 책은 2,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군인은 물론 경영자들도 즐겨 읽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다. 그러나 손무는 이 책에서 정작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의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요즘 중국인들이 고색창연한 손자병법을 원용하고 있다. 지구촌의 패자로 자웅을 겨뤄야 할 숙명적 라이벌인 미국을 잘 알기 위해 - 그래서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 유학생을 쓰나미처럼 보내고 있다. 현재 미국 내 각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은 15만7,558명으로 작년보다 무려 23%나 늘어났다. 한국 유학생 7만3,351명(2% 증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서북미의 최고명문인 워싱턴 대학(UW)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신입생 5,800여명 가운데 거의 5명 중 1명꼴인 18%(1,036명)가 외국 유학생이고 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 학생이다. 유학생 등록금이 워싱턴 주내 거주 학생(1만575달러)보다 3배가량이나 많은 2만8,059달러임을 감안하면 예전에는 없었던 중국의 중산층이 얼마나 두꺼운가를 알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신 루 교육부차관이 시애틀 교외의 레익 워싱턴 기술대학(LWIT)을 방문하고 한인 박명래 부학장 등 관계자들에게 깜짝 놀랄 제의를 했다. 중국의 기술대학 교수들을 LWIT에 보내 선진 교수법을 연수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대학 교수는 110만여명, 재학생은 자그마치 1억1,300만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LWIT는 외국관계 담당 박 부학장 외에 채상일 변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의 기술대학들과 자매결연을 통해 학생 및 교수 교환방문 프로그램을 운용해 오고 있다. 최근 2년간 시애틀 지역 한인 학생들과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서머캠프를 캠퍼스 현장에서 한국일보와 공동으로 개최해 한인사회와도 인연이 깊은 알토란 같은 공립 기술대학이다.
그런데 나폴레옹도 읽은 손자병법을 오바마 대통령도 읽었는지 미국 학생 10만명을 중국에 유학 보내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2년 전 이맘때 시작한 소위 ‘10만 강자 계획’(100,000 Strong Initiative)이다. 중국인 3세인 게리 락 연방 상무장관(전 워싱턴 주지사)을 주중 미국대사로 전격 임명한 것도 손자병법의 ‘지피지기’와 무관치 않다.
지난 15일 마이크 맥긴 시애틀 시장이 ‘10만 강자’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했고, 락 대사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를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비슷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기관 ‘지금은 한 세상’(OWN: One World Now)이 캠페인에 앞장서기로 했다. 시애틀은 뉴욕, LA, 워싱턴 DC 등과 함께 이 캠페인을 선도할 도시로 선정됐었다.
현재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중국 내 미국 유학생보다 10배나 많아 미국이 ‘지피지기’면에서 단연 불리하다. 미국에 ‘중풍’(中風, China Wind)이 몰아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풍에 비하면 한류는 미풍에 불과하다. 백화점 상품은 물론 한국마켓에서 파는 식품조차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한인들이 ‘중풍’을 막고 ‘한류’를 지켜낼 손자병법은 없는지 모르겠다.
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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