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대 최영호 역사학 교수
<제2회>
사이판 전투 당시 2만2,000명의 일본국적의 민간인 노동자들을 포함한 3만여 명의 일본군이 끝까지 저항하다 거의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2만2,00여명은 대다수가 끌려온 한국인 노동자들로써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자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절벽에 떠밀려 목숨을 잃게 됐고 결국 단 300-400명만이 살아남아 미군 수용소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1945년 9월26일자로 발행된 호놀룰루 애드버타이저에 실린 호노울리울리 캠프를 취재한 기사에는 “4,841명의 이태리 군인들과 2,607명의 한국인들은 다른 전쟁포로들 중에서도 가장 관리가 쉽고 깨끗한 편에 속한다. 이태리 군인들은 이미 정규군사 훈련을 받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기 때문이고 한국인들의 경우 인종 특유의 성품 외에도 연합군의 도움으로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평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수용소의 일상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포로들에게는 1주일에 한차례씩 영화관람과 체육경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고 이들이 가장 선호한 종목은 축구였다”며 또한 “한국인들은 자투리 목재로 무대를 제작해 연극을 공연하는가 하면 정치활동을 전개하기도 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수용소에서 제공되는 영어강좌에는 연합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열심히 참가하며 성적도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본국으로 수용자들을 송환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집계된 한국인 포로들의 수는 2,700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포로들은 수용소에서 생활하며 월 3달러의 용돈을 받았고 빨래나 목수일 등을 자원한 이들에게는 하루 80센트씩 추가로 지급 됐다고 한다.
또한 포로들에게는 꽃이나 야채를 기를 수 있도록 작은 텃밭도 제공되었고 더불어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본국으로 돌아갈 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미군 장교로 1945년부터 1948년까지 한국에 파병됐던 정남영 박사가 당시 호노울리울리 수용소에서 돌아온 포로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수표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주선을 해준 적이 있다고 회고함으로써 확인된바 있다.
한편 일본에서 유학하다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포로로 잡혀온 박순동, 이종실, 박형무 등에 대한 단편적인 자료들이 공개되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중 박형무씨의 경우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갔다 연합군에 항복한 후 종전 때까지 미 전략 서비스국(OSS)에서 근무한 경험 등을 담은 수필 ‘모멸의 시대’가 신동아 1965년 9월호에 실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 친구 이종실씨와 함께 강제징병으로 일본군에 입대한 박순동씨는 버마에서 영국군과의 전투에 투입됐었으나 본국의 독립운동에 감명을 받아 1945년 3월 이씨와 함께 탈영해 영국군에 투항하게 된다. 인도 뉴델리의 수용소로 들어간 이들은 매일 아침운동 시간마다 일본군 포로들이 일왕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서약하며 동경을 향해 절을 하는 와중에도 이를 거부하고 꼿꼿이 서 있던 장면이 목격된 후 한국인으로 판명된 이들에게 일본인들과는 다른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는 것. 1주일 후 투항한 박형무씨도 다른 2명과 같은 시설에 수용되기에 이른다.
미 군당국은 이들 3인방에게 미국을 위해 일본과 싸울 의사가 있느냐는 제안을 했고 이를 받아들인 3명은 OSS의 특수요원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게 됐다.
그러나 NAPKO계획으로 알려진 일본 침공 준비가 거의 다 되었을 무렵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으로 이들은 OSS의 제복을 빼앗기고 다시 포로수용소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다음주에 계속>
<사진설명: 일본에서 유학하다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포로로 잡혀온 박순동, 이종실, 박형무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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