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건물 난간에
점자 화살표 하나 있다
그 화살표 따라가다 보니
오로지 앞으로만 걷는 것이
세상살이 같기도 한 것인데
일순, 화살표 끊긴 자리
느닷없이 길은 지워지고
아,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한걸음조차 내딛을 수 없어
한참을 망설이던 발걸음
슬쩍슬쩍 옮겨 보지만
턱턱 앞을 막아서는
콘크리트 벽이 두껍다
그래도 뚫어야 겠지
내 몸으로 뚫어야 겠지
길을 열어야 겠지
내 발끝으로 열어야 겠지
거꾸로 날아가는 화살이 있던가
손병걸(1967 - ) ‘화살표’ 전문
---------------------------------------------------------------
언젠가 한국 전철역에서 승무원들이 시각장애인의 심정을 헤아려보기 위해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리고 줄지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 마음이 돼 읽어본다면 이 시의 상황을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손병걸 시인이 시각장애인임으로 실제로 늘 부닥쳤을 절망감이 생생하게 전해온다. 그러나 화자의 의지는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그는 두꺼운 벽을 몸으로 뚫고, 발끝으로 길을 열고야 말았으리라. 거꾸로 날아가는 화살은 없으니까
<김동찬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