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 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깐 씨알이 백힐 이야글 허씨요
지난봄 잠시 다툰 일을 얘기하면서도
성님, 그라고봉께, 겁나게 세월이 흘렀구마잉!
궂은 일 좋은 일도 겁나게와 잉 사이
여름 모기 잡는 잠자리 떼가 낮게 날아도
겁나게와 잉 사이로 날고
텔레비전 인간극장을 보다가도 금세
새끼들이 짜아내서 우짜까이잉! 눈물 훔치는
너무나 인간적인 과장의 어법
내 인생 마지막 문장
허공에라도 비문을 쓴다면 꼭 이렇게 쓰고 싶다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이원규(1962 - ) ‘겁나게 와 잉 사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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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문경 사람인 이원규 시인이 어쩌면 이렇게 전라도 사투리를 겁나게 잘 구사했을까. 시 속의 등장인물들이 방언을 쓰면 보다 실제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상머리로부터 떠나 살아있는 사람의 동네로 쉽게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마지막 문장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의 전라도 버전이다.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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