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잡배에겐 분노가 많으니 용서도 많다. 서늘한 바위절벽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녹슨 철제 계단 같은 놈들, 제대로 매달리지도, 끊어져 떨어지지도 못하는 사랑이나 하는 놈들, 사연 많은 놈들은 또 왜들 그런지.
소주 몇 병에 비 오는 날 육교 밑에 주저앉는 놈들. 그렁그렁한 눈물 한번 비추고 돌아서서 침 뱉는 놈들. 워낙 쉽게 무너지는 놈들. 그러고도 실실 웃을 수 있는 놈들. 그들만의 깨달음이 있다. 시정잡배의 깨달음.
술국 먹다 말고 울컥 누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물가물하지만 무지 아팠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 술국에 눈물방울 떨어뜨리고 또 웃는다.
잊어버리는 건 쉽지만 다시 떠오르는 건 막을 수가 없다.
그게 시정잡배의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십팔번 한 번 딱 부르고 죽자.
허연(1966 - ) ‘시정잡배의 사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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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못났다. 무식하다. 사랑을 잃고 죽을 만큼 아파서 눈물 흘렸다, 바보처럼. 그래서 소주 한 잔 했다. 어쩔래. 왜 하필 십팔 번 십팔 번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십팔 번 한 번 부르고 죽어버리겠다 하며 화자가 술주정 하는 것처럼 보인다. 늘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점잖게 견뎌내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분노가 많으나 용서도 많아서, 배신, 실연, 그리고 슬픔도 더 잘 이겨내는 ‘시정잡배’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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