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서울에서는 학교 전면 무상 급식 실시 여부를 주민의 뜻에 따라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있었다. 유권자의 25.7%가 참가했지만 전체 유효표의 1/3을 넘지 않으면 개봉조차 하지 않고 폐기해 버린다는 규정에 따라 휴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홍준표는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참가 거부 캠페인으로 야권 성향 유권자는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도 않았고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전체 유권자의 1/4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적은 수가 아니라는 해석이었지만 이는 곧 네티즌들 사이에 조롱거리로 떠올랐다. “25.7%가 사실상 승리라면 파리는 사실상 독수리” “등록금 1/4만 내도 사실상 완납” “소주 25%와 맥주 75%를 섞은 술은 사실상 소주” 등등.
이런 주장을 한 홍준표는 이제 집권 여당의 대표가 아니다. 대표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4.11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어째서 집권 여당의 대표를 하던 사람이 지역구 의원도 못 됐는지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아전인수 격의 현실 인식이 그 하나가 아닐까.
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질 수 없는 판을 졌다. 이명박에 대한 민심은 바닥을 기고 있었고 여당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여당에 단독 과반수를 내준 것은 야권 성향 표가 여권 성향 표보다 많으니까 야권 연대만 하면 그냥 이긴다는 오만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야권은 10.26 서울 시장 선거에서 연대와 통합의 힘을 맛봤다. 안철수가 박원순을 밀고 그전까지 지지율 5%에 불과했던 박원순이 야당 대표와의 경쟁에서 이겨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나오면서 가볍게 여당 후보를 이기는 것을 보고 야권이 합치는 것으로 총선거는 끝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김용민에게 공천을 주고 막말 파문이 터진 후에도 그에게서 후보 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요즘 새누리당에서 김용민보다는 약하지만 장차 상당한 악재로 떠오를 수 있는 인물이 둘 나타났다. 하나는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고 다른 하나는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문대성이다. 김형태의 경우 제수의 주장과 폭로가 돈과 얽혀 있어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문대성은 끝까지 표절을 부인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들 당선자가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인물이며 의혹을 깨끗이 털어버릴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 과반수에서 두 석 더 많은 의석수에 집착해 이들에 대한 처분을 미적거린다면 올 대선 결과는 보나마나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무자격자를 후보로 내세우고 자격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뭉기작 대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김형태는 이미 자진해서 당을 떠났고 문대성은 국민대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대표는커녕 시민 자격에도 미달하는 인간이 국회를 어지럽히는 일이 앞으로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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