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돌려 달라”며 절규하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는 “우리 딸들을 돌려 달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지난달 14일 여중생 270여명이 이슬람 테러단체에 집단 납치되었다.
수학여행 가다가 배가 뒤집혀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긴 아들딸을 기다리던 부모들의 애끓는 심정이나 학교에서 공부하던 딸이 테러단체에 납치돼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애타는 부모들의 심정이나 순간순간이 지옥 같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들 먼 나라 부모들은 정부당국의 허위 발표로 순간 안도하고 다음 순간 분노했던 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침몰 직후 ‘전원 구조되었다’는 발표로 단원고 학부모들이 안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이지리아의 부모들은 군 당국이 “여학생들 107명을 구했다”는 발표를 해서 희망을 가졌었다.
사실인즉 나이지리아 군 당국은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었다. 소녀들이 납치된 학교로부터 한시간 거리에 군부대가 있었고 테러 기습에 대한 정보도 있었지만 군인들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사건은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고 시간은 자꾸 흐르자 보다 못한 아버지들은 딸을 직접 구하겠다며 테러단체가 은거한 삼림으로 달려가던 상황이었다.
‘소녀들을 구하자’는 공론이 형성된 것은 나이지리아의 여권 운동가들을 통해서였다. 한 변호사가 “우리 딸들을 돌려 달라(#BringBackOurGirls)”는 트위터 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Bring Back Our Girls’라고 쓴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고, 파키스탄 출신 소녀 여성운동가 말라라 유사프자이, 영화배우 숀 펜 등이 참여했다.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오바마 행정부가 구조팀을 보냈고, 나이지리아 당국도 현상금을 내걸며 소녀들 구조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무리 잔혹한 테러리스트들이라도 조금은 조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이다.
한편 문제의 테러집단이 모든 서구적인 것을 죄악시 하는 만큼 미국 등 서구의 개입에 더욱 자극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보코 하람으로 불리는 이 테러집단은 서구사회와 연관된 모든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죄로 간주한다. 그래서 투표하는 것, 셔츠와 바지 입는 것, 세속적 교육 즉 서구식 교육을 받는 것을 모두 금지한다.
‘보코’는 원래 ‘가짜’라는 뜻인데 ‘서구 교육’을 의미하게 되었고, ‘하람’은 ‘금지’라는 뜻으로 ‘죄악’을 의미한다. 서구 교육이 이슬람의 도덕적 가치를 부패시킨다는 주장이다. 그중에서도 나쁜 것이 여성에 대한 교육이라며 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소녀들을 납치해 인신매매 위협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정통 이슬람과는 거리가 먼 극단주의 광신자들이다.
한국에서는 돈에 눈 먼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더니 나이지리아에서는 잘못된 믿음에 눈먼 어른들이 소녀들을 희생양 삼고 있다. ‘잔인한 달’ 4월은 올해 특히 아이들에게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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