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노 배우가 누워있고… 텐트안에 써내려간 옛 남친들…
▶ ■발칙한 현대미술사 / 윌 곰퍼츠 지음·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제프 쿤스(jeff Koons)라는 미국 출신의 현대미술가가 있다.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매체인 아트넷(Artnet)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이후 지난 8월까지 3년 반의 미술경매시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프 쿤스는 총 낙찰액 2억8,441만달러(약 3,050억원)로 생존작가 중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쿤스는 어떻게 이토록 ‘대단한’ 작가가 됐을까? 그가 34살이던 1989년 발표한 작품 ‘메이드 인 헤븐(Made in Heaven)’이 일종의 도화선이었다. 쿤스는 이탈리아 포르노 배우였던 치치올리나(본명 일로나 스탈러)와 결혼한 뒤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영화 포스터 형식의 작품 속에 속옷만 걸친 금발 미녀가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고, 전라(全裸)의 쿤스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관객을 정면 응시한다. 다양하고 노골적인 성행위를 흉내낸 이 연작으로 쿤스는 미술계를 넘어 사회 유명인사(?)가 됐다.
책은 변기를 작품으로 바꿔놓으며 현대미술의 전환점을 만든 마르셀 뒤샹의 ‘샘’부터 현대미술사 150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더 이상 잘 그린 그림과 근사하게 빚은 조각만이 ‘좋은 미술’로 통하지 않는, 난해하면서도 기괴한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현대미술계인 만큼 숨은 뒷얘기를 중심으로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애를 쓴 책이다.
앞서 본 쿤스의 대표작 ‘풍선 강아지’는 연약한 소재인 풍선 강아지를 단단한 재료인 스테인레스스틸로 거대하게 제작한 작품이다. 실제 제작은 ‘공장’에서 한 것이니, 작가의 ‘이름값’에만 수백억원을 지불한 셈인 작품이다. 그렇다고 쿤스를 단순히 사업수완 좋은 이슈메이커로 치부할 수 없다. 저자는 “1960년대에 복종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면…1980년대 후반에는 특정한 사회적 관습에 대놓고 반발하는 세력이 등장”했고 “용감한 신세대 예술가들이 노골적인 성이나 극단적인 폭력 묘사 같은 성인용 영화의 전유물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영국작가 트레시시 에민은 술을 잔뜩 마신 채 인사불성으로 TV 생방송에 출연했는가 하면 ‘나와 동침한 모든 사람’(사진)이라는 제목으로 텐트에 과거 남자친구들 이름을 모조리 새긴 작품 등을 통해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관객 앞에 까발렸다. 또 다른 영국작가 데미언 허스트는 유리 상자 안에 죽은 소머리와 파리, 전기 살충기를 넣어 소 머리에서 알을 깨고 나온 구더기가 파리로 자라나 살충기에서 죽어나는 잔인한 생태계를 소재로 한 작품 ‘천 년’을 통해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작가로 이름을 새겼다.
저자는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은행이 파산하는 동안에도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의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라며 말장난이나 사기처럼 보이는 현대미술이 ‘-주의’라는 사조로 묶일 수는 없으나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강조하며 그 가치를 독자들도 공유하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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