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로잉·오브제·설치물·영화
▶ 현대 미술스타 50여점 총망라
전시장 외부에 설치된‘누워 있는 여인누드’ (2012). 살아 있는 벌들이 붕붕거린다.
‘반짝이는 탐험 1장’(2002). 작가의 남극탐험 경험을 표현한 블랙 아이스 링크다.
■ 라크마 ‘피에르 위그’전
근래 본 전시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 기이한 쇼다. LA 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지난달 23일 개막한 ‘피에르 위그’ (Pierre Huyghe)는 전시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하는 내용과 형식, 개념과 구성으로 관람자들을 맞는다.
우선 전시장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안내원이 이름을 묻는다. 어리둥절한 채로 ‘홍길동’이라고 말해 주면 안내원은 전시장안에다 대고 큰 소리로 ‘홍길동’을 외친다.
여기서부터가 작품이다. 제목은 ‘이름 어나운서’ (Name Announcer·2011). 그렇게함으로써 전시실로 들어가는 관람자는 객관적인 감상자가 아닌, 전시의 일부가 된다.
꽤 넓은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조금 어둡고, 여기 저기 칸막이로 구획을 지어 다양한 것들을 설치해 놓았다. 그림이나 조각같은 것이 아니라 화초, 어항, 벌집, 수증기와 얼음 같은 것, 모두 살아 있고 움직이는 것들이다. 화초는 자라는 중이고, 수조 속에서는 작은 바다생물들이 기어 다닌다.
벌집은 전시장 밖에 설치된 여인 누드조각품의 머리 부분에 조성돼 있는데 실제로 벌떼가 윙윙거리기 때문에 양봉 전문가인 듯한 사람이 한쪽에 서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조각 내부에 히터가 설치돼 있어 사람 체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벌들은 전시가 계속되는 동안 계속 성장하게 된다. 한편 그 옆으론 때에 따라 눈, 비, 안개같은 것들이 내리는 기기가 설치돼 있어 기상변화도 연출한다.
압권인 것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흰개. 이름이 ‘사람’ (Human·2012)인 이 동물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구석마다 놓여 있는 자기 침대에 누워 쉬기도 하는데,아주 조용하고 순해서 처음엔 깜짝 놀랐던 관람자들도 차츰 신기해 하며 들여다보곤 한다. 그래도 작품이므로 만지거나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다. 곳곳에서 상영 중인 필름이 6개나 되고, 드로잉, 오브제, 사진 몽타주, 각종 설치물들이 드넓은 전시장을 한가롭고 적절하게 채우고 있다.
현대 미술계의스타 피에르 위그(52)의 25년 작가경력을 망라한 50여점의 작품을한데 모은 회고전이 열리기는 미국서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태생인 피에르 위그는 관습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예술작업으로 90년대 초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파리 퐁피두, 독일 쾰른과 도큐멘타, 영국 테이트 모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구겐하임, 디아 센터를 비롯한 세계 유명미술관에서 솔로 쇼를 열며 미술계의 지평을 넓혀 왔다.
위그가 살아 있는 생태계를 작품으로 창조하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가변성을 개입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그 배경에는 미술뿐만 아니라 과학, 문학, 영화, 음악, 건축, 철학 등을 광범위하게 공부하고 그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의 형식과 기성의 제도를 뛰어넘으려는 역동적 시도가 있다. 변함없이 고정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과의 상호관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하는 작품을 전시하려는 것이다.
마이클 고반 관장은 오프닝 프리뷰 때 “한 번만 보지 말고 자꾸 와서 보라”고 말하면서 “그 때마다 전시는 매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퐁피두와 쾰른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계속된다.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857-6522, lacma.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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