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 요람 ‘광둥’·문인 고향 ‘저장’... 55개 민족마다 문화·기질 제각각... 환경이 지혜·모략의 DNA 키워
▶ 중국통 저자 “중국 제대로 알려면 지역 대표 인물 파악하라”권고
■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 유광종 지음·책밭 펴냄
# 중국에서 광둥(廣東)은 여러모로 이질적이다. ‘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다. 오직 광둥 사람들이 표준말 하는 게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어 자체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과 확연하게 다르다. 중국 남부에 살았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춘 비에트 원주민들의 영향을 받아 이 지역 사람들의 생김새도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이다. ‘산고황제원(山高皇帝遠: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지역으로 중앙 권력에서 떨어진 광둥은 반란 또는 혁명의 요람지였다. 체제에서 한 발짝 떨어진, 나름의 자유로운 사고와 관점이 발달했다는 점은 순기능이었지만, 반대로 일탈이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최대 무기이자 자산은 인구다. 959만 6,960㎢의 넓은 땅덩어리 위에 13억 5,000만 명이 사는 중국. 55개의 소수민족과 30개가 넘는 언어가 통용되는 나라인 만큼 지역과 민족의 기질도, 문화도 다른 게 바로 중국이다. 다양한 민족이 경쟁하며 중국의 역사에선 전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혜와 모략, 전략의 전통은 중국인들의 DNA에 살아 숨 쉬는 역사적 산물. 책은 이토록 치열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중국을 두려움의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가혹한 상쟁의 환경이 키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진정한 중국의 무기라는 것.
대만, 중국 특파원을 지낸 기자 출신 저자가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지역의 인문학적 탐방’이다. 중국의 18개 성(省)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2개 직할시를 탐방하는 방식으로 각 지역이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이나 사건, 지리적 특색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역사를 짚어본다. 왜 지역의 인문 전통일까. 저자는 말한다. “각 지역에 담긴 인물을 제대로 살피면 우리는 중국의 밑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밑그림 위에 현대 중국이 보이는 역동성을 얹어야 중국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중국을 이루는 각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통해 오늘의 중국과 그 DNA를 설명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광둥이 ‘일탈’의 지역이라면 베이징에서 가까운 저장(浙江)성은 문인(文人)과 책사(策士)의 고향으로 불린다. 저장은 예로부터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뛰어난 문인이 많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인구의 이동’에서 저장성 문기(文氣)의 뿌리를 찾는다. 장강 이남 지역은 중원으로부터 재난과 전란을 피해 이동하는 인구들이 가장 많이 몰린 땅이었다. 특히 저장 지역은 산이 발달하고 하천도 있는 데다 기후도 좋아 숨어 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중국이 위촉오 삼국시대를 지나 극심한 분열 시기를 거칠 때 사대부와 문벌 귀족들이 이 지역에 많이 몰리며 유명 문인이 탄생했다.
“환경이 그곳의 사람을 기른다”는 중국의 옛말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지역마다 문화도, 기질도, 사람도 다른 게 중국이란 나라. 수교 22주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안개투성이의 나라. 도대체 알 수 없는(?) 이 나라는 그러나 앞으로도 줄곧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칠, 부인할 수 없는 존재다.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내가 알고 있던 중국이 새롭게 보인다. 문명적 다양성 위에 전쟁과 이동의 역사를 거치며 만들어진 고도의 전략적 안목과 지혜를 만나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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