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작된 금융 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난이었다.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투자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며 연봉 수십만에서 수백만달러를 받던 월가 고소득자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이들이야 금융 위기를 초래한 원죄가 있으니까 당연한 업보라 하더라도 하루하루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평범한 직장인 수백만명까지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남들이 다 망하는 이 와중에도 ‘위기는 기회’라는 격언을 살려 떼돈을 번 사람이 있다. 월가의 헤지 펀드 운영자인 존 폴슨이 바로 그다. 사실 2007년의 금융 위기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사물을 똑바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집값이 소득보다 몇 배나 더 뛰는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소득과 재산을 허위로 꾸며 융자를 받아 다운을 거의 하지 않고 집을 샀다 불과 얼마 뒤 뻥 튀겨 파는 소위 ‘플리퍼’들과 이들과 짜고 ‘묻지마 융자’를 해주는 금융인들이 판을 치는 모습은 종말이 가까웠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동산 매니아’에 빠져 집을 사고파는데 정신이 빠져 있을 때 폴슨은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 가치가 폭등할 파생 상품을 찾아내고 거기 투자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7년 금융 위기가 오면서 폴슨 펀드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며 150억달러를 벌어 들였고 폴슨은 40억달러를 챙겨갔다. 그가 어떻게 월가사상 최대 액수의 투자에 성공했는가는 월 스트릿 저널 기자인 그렉 주커만이 쓴 ‘사상 최대의 거래’(The Greatest Trade Ever)에 자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나와 있다.
그 폴슨이 최근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지난 주 모교인 하버드에 사상 최대인 4억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는 이에 따라 앞으로 공대 이름을 ‘존 폴슨’ 공대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그의 이번 기부를 놓고 ‘돈 많은 하버드에 이처럼 많은 돈을 또 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교육은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하버드는 이 돈으로 최신 기재와 가장 뛰어난 교수로 이뤄진 공대를 만들어낼 것이고 이 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국력을 뒷받침하며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역시 통 큰 투자가는 안목이 다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과 비교해 가뜩이나 부자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데 한국 정부는 최근 세법을 고쳐 기부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2013년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 소득 공제에서 세액 공제로 바뀌면서 근로 소득자의 경우 전년 7% 증가했던 기부액은 2013년 1%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0.7% 늘어났던 기부 금액은 3.9% 오히려 줄어들었다.
종합 소득자의 경우 기부 인원 자체가 2013년 전년에 비해 0.9%가 줄어들었고 기부금 증가도 0.6%에 그쳤다. 2011년 15%, 2012년 16% 늘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증가가 중단된 셈이다. 기부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혜택을 줄여 이를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하루 속히 이를 바로 잡아 한국에도 성숙한 기부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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