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 duck)이란 말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절름발이 오리’를 뜻한다. 잘 날지도, 걷지도 못하는 오리를 빗대서 나온 그 말이 요즘에는 무능자, 혹은 재선거에 낙선하고 남은 임기를 채우는 대통령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졌다.
이 말이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761년 런던증권거래소에서였다. 채무불이행으로 제명된 거래원을 지칭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주로 정치인들에게 전용돼 사용됐다. 1863년에 이미 미 연방의회 공식기록에 lame duck이란 단어가 등장 한 것.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미국의 신문에 으레 등장하는 단어다. 그 레임덕이란 말이 한국 신문에도 자주 등장한다. 선거철뿐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다. 그렇게 자주 등장하면서 아예 한국어가 된 느낌마저 준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될 기미를 보인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단어가 레임덕이다. 메르스가 몰고 온 위기는 박근혜 대통령 조기 레임덕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이 잇달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 정부가 곤경에 몰렸다. 그러자 점쳐진 것이 조기 레임덕현상이었다. 그 파장이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자 불거진 것이 문건파동에 총리인사파동이다. 대통령지지율은 또다시 곤두박질치면서 들먹여진 것이 레임덕현상이었다.
“이번에는 힘들 것이다.” 또 다시 나오고 있는 진단이다. 메르스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악재를 넘어서는 초대형 재난이다. 파장이 너무 크다. 게다가 국면전환을 가져올 선거도 당분간은 없다.
때문에 메르스 사태가 끝나도 지지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고 이는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만들어진 한국의 신문용어가 ‘메르스 이벤트’다. 30%대로 떨어진 지지율. 거기다가 50대에서도 이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가는…. 그런 절박감에서 박 대통령은 장관들을 대동하고 연일 메르스 현장과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고 있다는 거다.
그 행보를 메르스 이벤트란 말로 비꼬고 있는 것이다. 크게 틀리지는 않은 지적 같다. 그런데 이게 정부여당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기자회견장에 의사출신인 야당의 안철수 의원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그러나 입장이 거부됐다. WHO가 조사단과 기자들 이외에 누구도 참석시키지 말라고 요청해서다.
왜.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달리 재빠른 메르스 행보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 일약 차기 대권후보 1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 사실에 혹시 열(?)을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름의 메르스 이벤트를 구상했다. WHO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존재를 과시하는 거다.
뭐랄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고 할까. 한국의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그 행태를 WHO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 아! 대한민국!”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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