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명의 발상지다. 유럽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일컬어진다. 그 그리스가 포퓰리즘으로 흥청망창 하다가 국제적 조롱꺼리가 됐다.”
희한한 국민투표를 했다. 그리고 희한한 결과가 나왔다. 긴축안을 놓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61.3%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경제혼란은 싫다. 그러나 증세나 연금 삭감으로 졸라매기는 더 싫다. 그렇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이탈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게 국민투표 결과 드러난 그리스의 민의(民意)다. 빚은 못 갚겠다. 그렇지만 혜택은 최대한 누리겠다는 거다. 한 마디로 ‘내 배 째라’다.
그러면서 기염을 토한다. ‘민주주의는 협박당하지 않는다’, ‘그리스 국민은 용감한 선택을 했다’ 등등. 마치 축제라도 맞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리스 안에서 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밖에서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도대체 어이가 없다는 시각에, 냉소로 가득하다.
그 냉소, 비아냥거림은 먼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왜 플라톤은 그리스 민주주의를 걱정했는가.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중우정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등의.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 표퓰리즘(Populism)에 대한 비난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줄 것이다.” 1981년 사회당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집권하면서 토한 일성이다. 이후 포퓰리즘은 본격화되면서 공공부문은 기형적으로 비대해졌다.
무분별한 선동정치가 판치는 가운데 포퓰리즘에만 몰두해왔다. 산업구조 개편은 관심 밖이다. ‘더 달라’는 아우성에 마구 퍼주는 선심정책만 펼쳤다. 게다가 부패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그리스가 맞은 비극이라는 거다.
‘그리스의 비극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 언론들의 하나같은 경고다. 무상복지를 당연시하는 풍토, 그래서 툭하면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주창하는 무책임한 정치권. 이에 빗대 나오고 있는 지적 같다.
틀리지는 않은 경고 같다. 그렇지만 ‘그 보다는…’이란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포퓰리즘의 본래 뜻은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 활동’으로 정의된다. 그러니까 ‘대중주의’, ‘민중주의’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그 의미가 한국에서는 대중영합주의라는 부정적 용어로만 변질돼 사용된다.
여야가 모처럼 합의해 압도적 표결로 가결했다. 그 국회에 대통령이 진노했다. 그리고 폭언에 가까운 언어를 쏟아냈다. 그러자 여당은 혼비백산, 모든 걸 백지화 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재의결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에 따라 무산된 것이다.
국민의 바람 같은 건 염두에 없다. 오직 중요한 건 대통령의 심기다. 그래서 황황히 민의의 대변자로서의 의무도 저버린 것이다. 그 정치 행태를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한국 정치권을 움직이는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예나 지금이나. 국민 아닌 ‘권력자 눈치 보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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