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미국도 없다. 이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 늘 그렇듯 이민은 이제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최대 이슈가 됐다. 열 것인가, 연다면 폭은 얼마쯤이면 될까, 닫는다는 것은 어렵다, 합법만 받자, 현재 불법체류자는 어떻게 할까, 불법체류자가 미국서 자식을 낳은 경우 자식은 시민권자인데 부모는 추방대상이다, 아이는 누가 키우나.
하나의 이슈를 추가하자면 유학생이다. 미국에 와서 공부한 외국인은 고급인력에 속한다. 이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친미적인 성향을 띠게 되고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이들을 미국 기업들이 필요로 한다. 미국 글로벌 기업의 세계 경영에 이보다 적임은 없다.
이민의 대세는 가족이민에서 취업이민으로 기울었다. 아웃소싱하던 미국 기업이 국내에서 인재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 인재 풀이 넘쳐난다. 유학생 수는2006년 56만명에서 2012년 76만명, 2015년에는 97만5천명이 되었다. 놀라운 속도의 증가다. 무려 74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이중 한국은 숫자에서 중국(30만명)과 인도(13만3천명)에 이어 3위다. 2015년 통계로 미국내 한국 유학생은 약 6만4천명이다. 한때 7만명이 넘던 때에 비해 다소 줄었다. 지역을 좁혀 우리가 사는 시카고 일원에 6천명 가량의 한국 유학생이 있다.
전문직 취업비자 H1-B는 유학생이나 외국의 전문직이 미국에 취업하기 위해 신청한다. 올해 23만6천명이 신청했다. 이중 대졸 전문직 6만5천명과 대학원 이상 2만명 등 총 8만5천명이 복권식 추첨을 통해 비자를 받는다. 통계는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미국 유학생이다. 물론 한국인도 적지 않다. 미국이 가장 풍요롭고 가장 기회가 많으며 돌아갈 조국이 그만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이들의 미국내 취업과 거주는 당연한 선택이다.
H1-B는 기업 스폰서와 직결된다. 미국 기업들은 그만큼 쿼타를 늘리기를 원한다. 반대의견도 있다. 미국인의 취업기회를 이들이 줄인다는 생각이다. 기업들은 그러나 고학력 전문직 유학생을 선호한다. 유학생은 출신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고 영어와 미국 문화를 익혔다.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이만한 매력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가령 미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어를 하는 직원을 찾을 경우 그 차례가 이곳서 자란 한인2세에게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부모세대가 각성해야 할 일이지만 미국에서 낳고 키운 자녀 중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젊은이가 드문 만큼 당연하다.
이곳서 자란 우리 2세와 한국서 온 젊은이들을 뭐라 달리 부를 방법을 찾던 중 젊은이 앞에 한인과 한국인을 붙여봤다. 뿌리는 같지만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동년배들이다. 이들이 직, 간접적으로 미국서 어울리고 학업을 함께 하고 이후 취업경쟁을 한다. 같은 듯 다른 젊은이들이다.
한인사회는 이민그룹과 유학생 그룹의 융합으로 형성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거에는 두 그룹 모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유한 반면 앞으로 한인사회를 구성할 이민 2세와 유학생, 두 그룹은 언어와 문화에서 이질감을 배경에 깔고 있다.
나는 사회학자는 아니지만 이 독특한 사회현상에 주목한다. 한국인 유학생과 한인 2세, 3세의 만남과 어울림과 경쟁이 이제 본격화할 참이다. 이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코리안-아메리칸이면서 미국의 주역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언론이 할 수도 있고 총영사관, 한인회가 이끌 수도 있다. H1-B 신청에서 보듯이 유학생 중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고 내일의 한인사회는 다른 듯 같은 두 젊은 세대가 이끌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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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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