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이 미국에 와서 우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1968년 개정 이민법이 발효되면서 제2의 이민물결을 이룬 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올림픽가를 따라 한인상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지금의 거대한 LA 코리아타운을 만들었다.
이민자들이 동족끼리 어울리고 싶어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말 안통하고 문화 다른 미국 사회에서 24시간 긴장하며 살다가 한국사람 얼굴만 봐도, 한국말로 이야기만 해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소속감이 주는 푸근함이다. 소수계로서 차별받지 않고 우리의 권익을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 같은 문제를 같이 풀어야할 공동체로서 한인 커뮤니티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왔다.
인종, 성별, 종교 … 그 사회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 모든 소수계는 삶이 고달프다.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도 많다. 지난 주말 올랜도에서 일어난 게이 바 총기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끌리는 것이 ‘정상’ 이전에 ‘본능’인 사회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렇지 않은 성소수자들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가장 큰 벽은 몰이해. 동성에게 성적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이성애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부모 형제에게도, 친한 친구에게도, 직장에서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려니 스트레스와 죄책감이 엄청나다. 용기를 내서 커밍아웃 하고 나면 이전에 좋았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경멸의 눈초리를 당하기도 하며,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이들이 숨 막힐 것 같은 현실에서 도피해 긴장을 풀고,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보는 공공장소가 게이 바이다. 게이 바는 단순히 술 마시는 곳이 아니다. 설명이 필요 없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손가락질 당할 위험 없이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마음껏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 안식처이자 피난처이다. 소속감으로 푸근한 그들만의 커뮤니티이다.
반면 그곳에 가면 스스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동성애 혐오범죄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 위안을 얻는 한편 공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중적인 곳이다. 게이 바 공격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랜도 사건 이전 가장 끔찍한 참극은 1973년 6월24일의 뉴올리언스 화재사건이다. 게이 바, ‘업스테어스 라운지’에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질러서 32명이 타죽었다. 현장에 갔던 소방관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말 그대로 산채로 불태워졌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동성애 혐오가 극심했던 당시 몇몇 교회들은 희생자들 장례를 거부했고, 방화범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게이 바나 동성애자 교회를 겨냥한 혐오사건은 계속 이어져왔다.
어느 특정 인종, 종교, 성적 취향을 개인적으로 싫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나 못지않게 그들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평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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