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는 ‘분별력과 감수성’을 선택했지만 52%는 ‘오만과 편견’을 선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결정과 관련해 한 토크쇼 진행자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빗대 한 말이다.
한 마디로 쇼크다. 다른 나라도 아닌 영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래서 인지 그 후폭풍이 여간 거센 게 아니다.
대의민주주의 종주국이다. 오랜 세월 민주주의를 학습해왔다. 그 탓인지 ‘유권자로서의 분별력’에 있어 영국을 따라 갈 나라가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냉혹하다고 할 정도로 영국의 유권자들이 고도의 분별력을 보여 준 선거는 2차 대전직후의 총선이다. 나치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처칠이 이끈 보수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다.
처칠은 전시 지도자다. 전쟁이 끝난 평화 시에는 다른 유형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냉정한 계산에 따라 영국의 유권자들은 전쟁영응을 외면했던 것이다.
“왜 분별을 버리고 오만과 편견을 선택 했나” - 브렉시트 D 데이 플러스 5로 이어지는 현재에도 논란은 계속되는 가운데 구구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분석으로는 포퓰리즘에 그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브렉시트 추진 정치인들은 투표의 기본구도를 ‘우리와 그들’식의 철저한 진영 싸움으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우리’- 다시 말해 주로 낮은 교육수준의 저소득층과 지방 거주민 등의 분노에 불을 붙여왔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적인 선동이 결국 먹혀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포퓰리즘 하면 그 종주국으로 인식되는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한 때 미국과 쌍벽을 이루었다. 그 아르헨테나가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거덜 나면서 3류 국가로 전락했다.
그 포퓰리즘 전선에 그런데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종의 엘니뇨현상이라고 할까. 남미에선 ‘탈 포퓰리즘’ 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국민은 최근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포퓰리즘에 기대던 좌파정권을 단두대에 올렸다. 정치인들의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와 스캔들을 통해 표퓰리즘의 진짜얼굴을 간파했기 때문인지.
극우, 아니면 극좌가 판친다. 그 주장들은 얼핏 들으면 파시스트의 구호를 연상케 한다. 중도는 점차 설 곳이 없다. 유럽의 요즘 정치기상도다. 트럼프주의로 상징되는 미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바람이 거세다.
관련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이 ‘포퓰리즘의 세계화’다. 이와 동시에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날로 높아간다. 이대로 가다가는 분노한 대중이 설쳐대는 무정부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예외일까. 아니다. 양극화 속에 흙수저, 금수저 논쟁이 불거진 지 오래다. 취업난과 주택난에 시달리는 20, 30대 계층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그런데도 여당과 야당은 경쟁적으로 복지를 내걸고 있다. 포퓰리즘 냄새를 더욱 더 짙게 풍기고 있는 거다.
2017년 한국 대선의 표심은 어디로 향해 튈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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