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학위 취득 경력을 쌓기 위해 오클랜드 아동병원(Children’s Hospital)으로 첫 봉사활동을 나가는 전날 밤 성적이 떨어진 아들과 말다툼을 했다. 아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나는 화를 내며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더이상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생채기를 냈다.
다음날 들뜬 마음으로 병원에 출근해서 놀이방 장난감과 기구를 소독약으로 20분간 닦은 후 아이들을 맞이했다. 휠체어나 산소탱크, 정맥 드립을 옆에 차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바라면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숨쉴 때마다 산소 탱크에서 소리가 나는 어떤 아이는 걷지도 못했다. 간신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지탱할 수 있는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공놀이를 하면서 두시간가량 보냈다. 아픈 중에도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부모는 아이 건강 때문에 거의 집에 못들어간 지 몇일이 된다고 했고 어떤 분은 두 달 넘게 아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힘들다고 했다.
봉사가 끝나고 무거운 마음 반, 감사하는 마음 반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제일 먼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일이 후회됐다. 그래서 아들이 수업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이스 메시지에 내 마음을 남겨 두고 싶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내 아들. 엄마가 네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해. 공부보다도, 성적보다도 네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건강 조심해. 어제는 엄마가 생각이 짧았어. 엄마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줘. 그리고 내 아들 너무너무 사랑해! 시간되면 저녁에 전화하자.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라며 아들의 전화에 목소리를 남겼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그날을 회상하니 코끝이 찡해진다. 그 봉사경험이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교훈을 주었는지 모른다. 부모가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건강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헛되다는것을 몸소 느끼며 지금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라고 나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다.
<제니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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