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다’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는 물건을 내던지다”의 뜻이 있다. 그런데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것이든 필요한 것 같아서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유행 지난 옷이라도 다시 유행이 올 것 같고, 고장난 전자제품은 고쳐서 쓰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추억이 있기에 버리기 어려운 때가 많다. 그래서 수납장은 물론 주방의 곳곳에도 손때가 묻은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건은 쌓여가고, 결국 짐은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 이사했을 때 비용은 더 들었고, 지금은 새로운 것을 구입해 놓고도 집안에 마땅히 둘 곳이 없을 때도 있다. 이대로라면 집을 더 늘려서 또 이사를 가야 할 판이다. 그러나 무작정 집을 넓힐 수 없다. 그래서 과감히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끼던 그릇이라도 흠집이 있으면 버리기도 하고 고장난 노트북은 버렸다. 그러자 변화들이 생기면서 놀라운 일들이 펼쳐졌다. 집안의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작은 소품을 장식할 공간이 생겼다. 또 노트북으로 하던 일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손쉽게 해결하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없으면 불안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편한 삶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버린다’는 것이 낡고 오래된 것부터 없애 버리는 것으로 여겨서 마음이 불편했다. 버릴 때마다 고려장에 늙은 부모를 산에 두고 왔다는 옛날 이야기가 떠올라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버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더 이상 쓰기 어려운 물건일 뿐이다. 계속해서 갖고 있다고 해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제 이렇게 물건들이 불편하게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 더 중요한 것을 위해서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지만 버리다 보니 멀쩡한 물건들도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욕심으로 다 갖고 있고 싶은 생각이 왜 없을까. 그래도 인생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했다. 물건을 나누며 상대방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를 상상하며 나도 기쁨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이제 다음 주면 추석이다. 이를 계기로 ‘공유의 경제’가 대중적이 되어버린 2016년, 나도 ‘행복의 공유’를 향해 새로운 개념의 ‘버림’을 실천하려 한다. 먼저 넓어진 우리 집에서 행복한 대화의 소리가 채워지길 기대하며…
<
박성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