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의상의 정리와 연구가 발달된 곳으로 영국을 따를 나라가 없다. 2014년 BBC4 채널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왕실의 옷 이야기(Tales from the Royal Wardrobe)”를 진행한 루시 워슬리(Lucy Worsley) 박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지난 400년 이상 영국 왕실의 의상은 영국 국민의 여론적 관심사였을 뿐 아니라 통치자 자신들에게도 중대사였다. 영국의 왕실 의상이 갖는 중요성은 그 의상의 구성법과 색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왕실은 항상 국민을 염두에 두었으며 그들의 의상은 ‘국민에게 전달하는 군주의 메시지(monarchs’ personal statement to their people)’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군주는 의상이 표현하는 모든 측면을 조심스럽게 고려하여 연출했으며, 그렇지 못한 자는 때때로 재앙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영국 역사왕궁(Historic Royal Palaces)의 학예사 디어드르 머피(Deirdre Murphy)는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패션이 가진 힘’을 진정으로 인식했던 이로 빅토리아 여왕(1819 – 1901)을 꼽았다. “빅토리아 여왕은 큰 공식석상에서는 반드시 영국 옷을 입었고 어떤 특별한 행사에서든 그 의상이 신문 기사에 분명하게 규명, 서술되었다. 그녀는 ‘의상이 가진 파워’뿐 아니라 ‘언론이 가진 파워’까지도 잘 알았던 통치자였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통치자의 외관 연출은 통치자가 주창하는 정책과 철학을 보조하는 역사 문화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입었던 의상은 퇴임 후에도 국가 기관에서 잘 보존되고 기록된다.
초기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외교’도 당시 긍정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했던 측면이 있었고, 그 한복들이 2015년 한불 130주년 수교를 기념하여 프랑스 국립장식미술관에 전시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타락한 국정운영으로 탄핵 정국을 초래한 통치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한복의 이미지까지 아울러 실추시켰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복은 변함없이 우리가 가꾸어 나가야 할 소중한 문화 유산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공동의 문화 자산인데 말이다.
<김민지 한국복식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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