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총액 연 1조6000억에서 2조2000억 달러. 한 나라, 그것도 선진대열에 속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가리키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초국적 범죄그룹들이 벌어들이는 검은 돈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약밀매다. 사실이지 미국의 사법당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온 것도 마약과의 전쟁으로 그 전쟁은 한 세대 이상 40년이 넘도록 진행돼 왔다.
그런데도 공급은 넘쳐난다. 여전히 범람하고 있는 것이 마약밀매다. 전 세계로 연결된 그 마약밀매 채널을 통해 지하세계의 다른 업종도 성업 중이다. 인신매매다.
이런 식으로 국제마약밀매조직이 벌어들이는 돈은 얼마나 될까. 연간 4260억에서 65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FI)의 최근 발표다.
마약밀매는 꽤나 수지가 맞는 장사다. 공산품 수출의 경우 이익률이 10% 수준을 마크하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마약판매는 종종 벌어지는 조직 간의 총격에 따른 인명피해를 계산에 넣어도 90%가 남는 장사다. 때문에 지하세계가 선호하는 비즈니스가 바로 마약밀매다.
GFI보고서는 마약밀매 보다도 더 돈벌이가 되는 지하세계의 업종으로 ‘짝퉁 비즈니스’(counterfeit)를 지목하고 있다. 초국적 범죄그룹들은 이 비즈니스로 연간 9230억에서 1조1300여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지하경제를 통해 조성된 돈의 흐름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 검은 돈의 흐름은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차단할 수 있다.” GFI관계자의 경고다.
왜 무관심한가. 그 주된 이유는 일반인들은 물론 정책결정자들도 범죄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이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각인된 범죄는 경찰에 쫓기며 총격전을 벌이는 범죄자들로 전형화 되어 있다.
법집행당국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약밀매 조직을 검거하고 다량의 마약을 그 증거물로 제시한다. 그래야 언론에 크게 클로즈업된다. 때문에 온통 마약밀매 등 범죄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거리에서 행상이 해적판 DVD나 가짜상품의 의류, 장신구 등을 팔고 있어도 이를 범죄와 동일시하지 않는 경향이다. 그렇게 거래된 돈이 테러조직이나 초국적 범죄조직에게 흘러들어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사실에 있어 국제 테러조직 등의 최대 돈줄은 바로 이 ‘짝퉁 비즈니스’라는 것이 GFI보고서의 지적이다.
회교 수니파 극렬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는 교리에 따라 마약을 금기시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약밀매에도 손을 대고 있다. ‘짝퉁’ 비즈니스에도 진출했다. 알 카에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짝퉁’ 상품을 암시장에 염가로 파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이나 eBay 등을 통해 정품가격으로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쓴 내 돈, 그 돈도 혹시 테러자금에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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