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에게서 추석 영상이 카카오톡으로 왔다.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던 그 친구가 고향집에 내려갔다올 때면 어김없이 풍성한 엄마표 음식 보따리도 딸려 왔다. 그 음식을 학교로 싸가지고 와서 나누어 주던 따뜻한 친구였다. 나는 서울 태생이라 시골에 본가를 둔 친구를 부러워했는데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영상으로 나누어 주고 있으니 인간의 천성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보고 있자니 마음마저도 풍성해진다. 그리고 잊고 지나쳤을 이번 추석을 미리 전해준 그녀에게 고마움이 더해진다.
며칠 있으면 한가위, 추석이다. ‘일년 중 더도 덜도 말고 이날만 같아라’라는 조상들의 염원이 傳說이 아닌 實在로 이어지는 제일 즐겁고 행복한 날. 함께 모여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명절이다. 그동안 내가 맞은 추석은 친지들이 한국에 있어서 한국처럼 음식 장만하진 못했지만 추석을 알려 주며 딸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부럼과 토란국도 먹으며 보름달에게 소원도 빌었다. 모두 다 떠난 올해부턴 남편과 먹을 송편도 살 것 같아 쓸쓸함마저 느낀다. 이번 추석엔 보름달에 ‘건강 기원’을 꽉 채워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야겠다.
추석엔 주위 분들과 덕담 인사말을 나눈다. 은혜롭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한가위처럼 넉넉한 명절 보내세요./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 모든 하시는 일에 풍성한 수확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받은 인사말의 대부분이 이러했다.
나도 보낼 덕담 인사말을 생각하다 보니 올해 내 삶은 무엇을 추수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떤 인연을 만나 어떤 보람된 추수를 하였을까. 법정 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진정한 인연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스쳐지나가는 인연은 지나쳐 버리라’고 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불교 용어인 ‘인연’을 ‘만남’으로 바꿔야겠지만. 나는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잠시 스치는 만남일지라도 송편처럼 모나지 않게, 둥근달처럼 편안함을 주면서 살고 싶었다. 달빛 같은 환한 마음으로 모든 일을 생각하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보니 부지불식간에 어둡고 고약한 말들을 뿌리며 살았다면 추수할 것은 죽정이 삶일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나도 새해에 실천 가능한 1년 목표를 정한 것이 있는데 아직 목표 근사치도 못 갔다. 남은 3개월 동안 그중 한가지만이라도 알차게 추수할 수 있도록 느슨했던 마음을 다잡는다. 내게 추석은 경건하기까지 한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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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숙(요셉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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