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목마다’-.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韓流)를 바라보는 북한당국의 시각이다. 고대 그리스가 트로이를 무너뜨릴 때 병사들을 큰 목마 안에 숨겨 성 안으로 들여보냈다. ‘트로이의 목마’란 말의 유래다.
그러니까 한류는 수령유일주의 북한체제로서는 경계대상 1호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K팝이다. 특히 걸 그룹들의.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맸다. 그 북한군 병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갈망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가 부르는 노래였다. DMZ 지뢰밭을 넘어 귀순하다가 총격을 입은 북한병사의 증언이다.
한류가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일반 주민은 물론 당·정·군 고위층과 통제가 심한 최전방 정예 군인까지도 한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한국의 드라마나 K팝 영상물을 접했고 탈북자의 88%는 북한에 살 때 남한의 영상물을 본 것으로 한 연구 조사는 밝히고 있다.
그 한류의 침공을 막아라. 국경 밀수를 엄격히 차단한다. 남한의 영상물을 시청하다 적발되면 때로는 사형에 처하는 등 엄벌에 처한다. 그런데도 한류는 계속 북한 사회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보도다.
그 K팝 가수들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장에는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를 대동하고 나타나 서방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공연을 관람한 것은 물론 한국의 걸 그룹 레드 벨벳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기까지 한 것이다.
아이러니다. 한류 영상물, 특히 K팝 청취는 엄벌로 다뤄진다. 그런데 김정은이 직접 공연장에 나타났으니. 어떻게 보아야 하나.
북한 측의 역 프로퍼갠더작전이 아닐까. 뉴욕타임스의 진단이다. 남한의 K팝 가수들이 북한의 핵무기 발전을 경축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해 공연을 한 것으로 선전할 수도 있다는 거다.
이 신문은 평양 공연장에 모인 관객은 1,500여명 정도인데 이들은 하나 같이 당성이 강한 북한 내 엘리트그룹으로 K팝 정도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하고 있다.
다른 관측도 있다. 김정은의 자신감 발로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넘쳐들었다. 그로 인해 경제가 발전했다. 그렇다고 체제가 무너졌나. 아니다. 1인 독재로 오히려 더 강화됐다. 시진핑의 중국말이다.
그 중국 모델에서 김정은은 용기를 얻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핵 완성을 이룩한 마당에 자본주의 바이러스 정도쯤이야 하는 자신감의 발로가 과감한 외교 드라이브에 K팝 공연 허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맞는 진단일까. ‘딴은…’하는 생각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진단은 그렇다고 치고, K팝 평양공연은 북한 선전술에 일방적으로 당한 것일까. 그 반대가 아닐까.
아무리 가려도 빛은 새어나기 마련이다. 한류에 담겨진 자유의 메시지도 아무리 막아도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