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새삼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1990년대 NBA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데니스 로드먼이다. 북한을 다섯 차례나 방문했던 로드먼은 북한을 가장 많이 갔다 온 미국인으로 꼽힌다. 김정은을 두 번이나 직접 만나기도 했다.
로드먼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이해하는 데 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자신의 공도 있음을 은근히 과시한 것이다. 로드먼은 지난해 6월 평양에 갔을 때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김정은 측에 전달했다. 허세일 수도 있지만 그와 김정은의 친분으로 볼 때 마냥 떠벌이기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국가의 절대 권력자와 자본주의 자유분방함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로드먼을 ‘친구관계’로 이어준 것은 김정은의 유별난 농구사랑이다. 김정은이 농구광이란 사실은 유명하다. 그는 스위스 유학시절부터 농구에 푹 빠졌으며 시카고 불스의 마이크 조던과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를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에는 농구공을 안고 잘 정도였다는 것이다.
농구는 축구와 함께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도 NBA 팬이었다.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울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은 마이클 조던이 사인한 농구공을 김정일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불스 전성기의 한축이었던 로드먼을 계속 평양으로 초청한 데는 개인적 팬심이 크게 작용했다.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도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미국선수들을 초청해 벌인 농구 경기에 대해 김정은이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이해를 도모하는 훌륭한 계기가 된다”고 언급한 데서 이것이 읽힌다. 그러나 로드먼의 평양행에 대해 미국정부가 “개인적인 차원의 방북”이라고 선을 긋고 나섬으로써 외교적 의미는 단칼에 배제됐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화해 무드 확대를 위한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면서 스포츠의 정치·외교적 역할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그 교류의 첫 번째 주자는 농구가 될 것 같다. 김정은이 “축구 경평전보다 우선 농구부터 하자”고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남북의 농구 실력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피력했다. 역시 그의 농구사랑은 유별난 것 같다.
스포츠는 국적과 이념을 불문하고 전 세계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사랑받는 문화이다. 그런 까닭에 스포츠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남북은 올해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통해 스포츠가 갖고 있는 통합의 힘을 보여준 바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그랬던 것처럼 농구 교류에서 시작될 통합과 화해의 기운이 스포츠는 물론 문화 경제 등 다른 분야들로까지 계속 확산돼 나가길 대다수 국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남북 농구단일팀이 미국선수들과 친선경기를 벌이게 되는 날 스포츠를 통한 남북미의 화해는 또 하나의 이정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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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범과 인권 탄압으로 법정에 세워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