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鄕愁라고 표현한다. 香愁라고도 표현해도 되리라고 본다. 며칠 전에 절친한 친구가 묵은지 한 통을 선사했다. 통 뚜껑을 여는 순간 코에 닿은 그 냄새가 바로 향수(鄕愁)였다. 옛 추억을 자아내는 한국적인 그 향과 함께 오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생각하니 말보다는 50년 전의 향수와 그림이 떠올랐다.
어릴 적에 밖에서 동리 아이들과 놀다가 가끔 울면서 집 마당으로 투덕투덕 들어오면, 부엌에서 어떻게 내 발걸음 소리만으로 내가 울면서, 속이 상해서 들어오는 것을 아셨는지 엄마는 얼른 나오셔서 '내 새끼를, 누가?” 하시며 앞치마로 내 머리를 폭 싸주신다. 그때 그 엄마의 앞치마 향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아버지가 아셨다면 분명 '넌 왜 맞고만 다녀?!' 하셨을 것이다. 그 포근한 앞치마의 향기를 간직했기 때문에 내가 아홉 명의 손자 손녀의 할아버지가 된 것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이런 연상(聯想)은 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또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성숙을 도왔을까 또 얼마나 값진 정서를 갖추는 능력을 주었을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기억하게 해 주었을까 생각해보면 냄새, 하나가 이렇게 귀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귀한 선물을 한 그 친구도 그런 생각했을런지 모르나 그저 좋은 것을 나누어 먹고 싶기만 했더라도, 나를 생각하고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 바로 거기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그 친구의 마음씨마저도 그런 향수(香愁)를 자아낸다. 과거를 이야기할 때 냄새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형용하기도 힘들고 연상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2차대전에 출전하여 외상을 심하게 받은 한 퇴직 군인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성냥을 쓰기 때문에 이 사람은 그것을 피하려고 했다. 그 성냥 냄새가 그 처절한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화약 냄새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의학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냄새의 표현을 상담에 별로 이용하지 않은 것은 그 형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냄새와 연관이 있는 상태를 그릴 수 있으면 참으로 귀한 연상(聯想) 거리라고 본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 있다. 그것은 네발 동물에 있는 것으로서 맡을 수 없는 향이 있다고 한다. 이 향(Pheromone)은 표현할 길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 그것은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것이다. 자외선이니 적외선같이 눈에 보이지 않은 광선처럼 우리가 맡을 수 없는 냄새도 있다.
옥시토신은 엄마에게 임신과 출산에 필요불가결한 호르몬으로서 동물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그래서 이것을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엄마가 아기의 머리에 코를 비비는 것을 보면 그것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런 이야기 줄거리는 친구의 사랑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리운 기억, 값진 추억을 가져다준 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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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정신과의사 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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