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사업가 잭 노스럽(1895~1981)은 은퇴 후인 1979년 노스럽그러먼사로부터 비밀 초청을 받는다. 이 회사가 극비리에 개발한 스텔스 전익기 ‘B-2’ 모형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B-2 모형을 접한 노스럽은 “어째서 신이 나를 살려놓았는지 이제야 알겠다”라고 말하며 감격해했다. 날개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의 항공기인 전익기의 개발은 노스럽이 일생을 바치고도 성공하지 못한 난제였다. 그런데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창업한 노스럽그러먼사가 마침내 이뤄낸 것이다.
잭 노스럽은 1939년 자신의 이름을 따서 ‘노스럽’이라는 항공우주·방위 산업체를 만들었다. 노스럽은 창업 초기부터 XB-35와 YB-49 등의 항공기를 만들며 전익기 개발에 매달렸다. 1970년대에는 F-5와 T-38 개발 등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군용기를 판매하는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했다. 1994년에는 리로이 그러먼이 1929년에 창업한 그러먼을 합병해 노스럽그러먼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그러먼은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주도로 진행된 달 탐사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에 참여해 달 착륙선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노스럽그러먼은 미국이 2024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사용할 하강·상승·환승의 3단 우주선 개발 작업에 참여해 환승 모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노스럽그러먼이 최근 나사의 국제우주정거장 화물 운송용 발사체인 ‘안타레스’에 기존의 러시아산 RD-181 엔진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미국의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을 쓰게 된다. 미국의 러시아 수출입 제재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스콧 레흐르 노스럽그러먼 발사담당 부사장은 “미국 기술만으로 안타레스 발사체를 만들게 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우주 산업의 서플라이 체인에 대대적 변화가 시작됐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미국 주도의 ‘칩4’가 구성되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한다. 블록화 시대에 우리가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지켜내려면 국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문성진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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