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협상 진전없어, 이젠 내 방식대로”…EU-美 무역수장 통화, 이견만 확인
▶ EU 상호 무관세 제안에 美, 시큰둥…유럽 증시, 일제히 하락 마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유럽연합(EU)에 당장 내달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 달 넘게 진전이 없는 EU와 관세협상에 불만을 표출하며 경고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대서양 무역분쟁이 중대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들과의 협상은 아무 진전이 없다"며 "EU에 6월 1일부터 곧장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은 브뤼셀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 30분으로 잡힌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 통화를 약 4시간 앞두고 올라왔다.
통화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물이 올라오기 전 결정됐다고 EU는 밝혔다.
이날 통화는 최근 미국이 관세협상 개시 이후 처음으로 EU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입장문을 전달하고, 이후 EU가 수용할 의사가 있는 추가적인 타협안 목록을 담은 입장문을 발송한 이후 처음 성사된 것이다. 양측 입장문은 요구안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절충점을 모색하기 위한 무역수장 간 중요한 전화 통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기습 경고'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올린 뒤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는 EU가 통상 관계에서 미국을 악용했다는 주장을 반복한 뒤 "이제 내가 아는 게임 방법으로 게임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관세 유예기간인 90일 이내에 협상하길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협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협상 (내용을) 정한다. 그것은 50%"라고 재차 주장했다.
EU는 최근 보낸 입장문에서 에너지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의 미국산 구매 촉진, 5G·6G 통신 협력과 반도체·철강·자동차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앞서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상호 무관세와 민감도가 덜한 농산물 품목에 대한 미국산 수입 확대도 제안한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미-영국 간 합의처럼 기본(보편)관세 10%를 유지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오후 양측 무역수장간 전화 통화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EU-미국 무역은 독보적(unmatched)이며, 위협이 아닌 상호 존중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경고에 대한 EU 차원의 첫 공식 반응이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EU는) 양측 모두에게 맞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면서 "집행위는 계속해서 성실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EU 회원국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관련, 집행위의 협상 접근 방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일단은 신중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경고대로라면 당장 약 9일 뒤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EU는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최근 '일시 휴전'에 합의한 중국보다도 높은 관세율 카드를 EU에 꺼내 든 것을 두고 당황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 회담한 뒤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낮춘 바 있다.
유럽 대형주 지수 유로스톡스50은 전날보다 1.77% 떨어진 5,328.65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는 등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EU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90일 유예 결정에 호응하기 위해 미국 철강관세 대응 차원에서 시행하려던 보복관세 계획을 7월 14일까지 90일간 보류했다.
지난 9일에는 협상 불발에 대비해 미국 10% 보편관세, 자동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보복조치를 준비하기 위한 회원국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EU에 따르면 양측의 상품·서비스 교역액은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43% 규모다. EU 27개국의 무역정책 전권은 집행위가 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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