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청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강대국이었다. 이때까진 동양의 경제나 생활 수준이 서양에 뒤지지 않았다. 그랬던 동양이 이후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서구 중심적 사고는 유럽이 과학기술과 시민혁명, 산업혁명을 선도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학자 케네스 포메란츠는 영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건 공장 지대와 석탄 광산이 가까웠고 식민지도 있었던 게 결정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에선 경제 중심지와 석탄 생산지가 멀어 공장화가 어려웠다. 이처럼 동서양의 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지게 된 계기를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라고 한다.
■이달 초 유엔개발계획(UNDP)이 ‘다음 대분기(The Next Great Divergence)’라는 보고서를 냈다. 산업혁명이 동서양의 분기점이 된 것처럼 이번엔 인공지능(AI)이 국가 간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경고다. 인터넷 연결과 충분한 전력 등 인프라를 갖추고 AI 대전환에 성공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AI 대분기는 국가뿐 아니라 개인 간 격차도 키운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AI 인재들은 수천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반면 AI 도입으로 쓸모가 없어진 이들은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AI로 인한 혜택은 극소수가 받는 반면 피해는 대다수가 짊어지는 모양새다. 아마존이 1만4,000명을 감원키로 하는 등 AI발 해고는 이미 시작됐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아이스버그 지수(iceberg index)를 통해 AI 기술이 총임금의 11.7%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적잖은 이들이 실직의 위협에 처하는 셈이다.
■AI는 사람을 위한 도구로 개발됐다. 수단에 불과한 AI가 일자리를 빼앗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더 키워선 곤란하다. 그렇다고 ‘AI 대분기’를 부정하고 담을 쌓을 수도 없다. 낙오되지 않으려면 AI로 인한 변화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AI’, ‘극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AI’를 지향해야 한다. 인류가 대분기 앞에 서 있다.
<박일근 /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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