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흉터 속의 새’를 읽는다
그 새는 유홍준의 허벅지에 갇혀있다
허벅지에 갇힌 유홍준의 새가
내 왼쪽 엉덩이의 번데기를 불러낸다
아홉 살짜리 식모가
세 돌이나 지난 나를 업고 있다가
그만 떨어뜨려버린 흔적
그것은 새의 부리도 닮지 못하고
번데기를 닮았다
얼굴도 기억 안나는 어린 식모는
내 엉덩이에 작은 번데기로 갇혔다
몇 십 년이 지나도 환골탈태를 못하는 번데기로 갇혔다
긁어도 꿈틀대지도 않는다
온 몸이 운명의 흉터였을 어린 식모
처음으로 그 번데기의 성충이 궁금하다
김종미(1957 - ) ‘흉터 속의 번데기’ 전문
자신의 상처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단단해진 번데기 속의 시간 속에 갇혀 성장하지 못하고 고착되곤 한다. 화자는 유홍준의 시를 읽다가 비로소 어른이 된 듯하다. 세 살 적에 흉터를 남겨준 아홉 살짜리 식모의 트라우마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그 어린 나이에 식모가 됐을까. 한 개의 흉터도 지워지지 않고 굳어지기 마련인데, 온몸이 운명의 흉터였을 그녀는 과연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어린 식모가 고치를 벗고 아름다운 날개로 훨훨 날아올랐기를, 함께 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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