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 안에 흘러온 그대여
내 마음의 파장 따라
거센 물결로 접혀오는 그대의 이맛살
갈수록 나를 닮는 그대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아득한 어둠 뿐
맑은 심성과 향기로운 눈짓의 그대 속에
작살로 던져지는 내 갈쿠리를 피해
떠나거라
아직은 젖지 않은 그대의 혼을 데리고
늦도록 내 안에서 살다가 떠난 자들
어둠이 사슬 발목을 매달고
하늘 너머 땅끝까지 헤매는구나
떠도는 나의 살들이여
그러므로 떠나거라 이쯤에서
제 몸 바꿔 황갈색 아름다움 하나
세상에 떨어뜨리는 나뭇잎처럼
내게 길들여진 침침한 색깔 벗어던지고
그 길로 곧장 가거라
무구한 빛의 숲
빛살마저 투명해 함부로 볼 수 없는
그대의 옛집으로 돌아가라
김한주(1954 - ‘)빛의 숲으로’ 전문
가을나무가 이파리들 을 떠나보내고 있는 장면을 떠올린다. 이 파리는 찬란한 옷으 로 갈아입고 가을햇 살이 가득한 숲으로 떠나고 있다. 그곳은 나무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났던 옛 집이다. 이제 또 다른 나무를 키우는 거름 이 되고 집이 돼줄 것 이다. 영원히 곁에 있어줄 것 같던 사람들, 지위, 명예, 젊음을 떠 나보낼 때 괴로워하 는 우리 인간들과는 사뭇 다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러므로 떠나거라” 명령하 는 모습이 장엄하다.
김동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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