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에게는 내려오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체력, 나이 등이 중요하지만 선수로서의 자존심, 기량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등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놓고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이곤 한다.
메이저리거로서 한인들에게 큰 자부심과 즐거움을 안겨줬던 박찬호가 한국으로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프로야구 규정을 바꿔야 하는 장애물이 놓여있다. 그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을 놓고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마운드에 선 그의 모습을 직접 보기 원하는 야구팬들이 많아 일단 여론은 호의적인 편이다. 최종 결정은 오는 13일
한국 프로야구 구단회의를 통해 내려진다.
그러나 박찬호의 한국 복귀가 그 자신을 위해 바람직한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박찬호는 16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했다. LA 다저스에서 시작해 텍사스, 샌디에고, 뉴욕의 메츠와 양키스,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등을 거치며 통산 124승 94패에 방어율 4.36이라는 좋은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박찬호가 남긴 호기록의 대부분은 커리어 전반기에 쌓은 것들이다. 메이저리그의 후반기는 팀을 전전해야 하는 ‘저니맨’ 신세였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접고 일본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지만 이것 역시 실패로 끝났다. 오릭스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15승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가 받아든 것은 고작 7경기 등판에 1승5패, 방어율 4.29라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그는 결국 오릭스에서 방출 당했다.
박찬호는 커리어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장식하고 싶다는 바람을 수도 없이 나타내 왔다. 그가 정말로 한국에서 멋지게 커리어를 마치고 싶었다면 조금 더 일찍 한국행을 결정했어야 했다. LA 다저스로 돌아와 재기를 모색하다 실패했던 지난 2008년이 적기였다. 늦어도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은 후에는 곧바로 한국으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기회를 엿보다 뜻대로 안되니까 한국을 선택한 것 같은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이것은 한국 야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박찬호는 자신이 첫 메이저리거로서, 또한 국가대표로서 국위선양을 한 점을 들어 한국프로야구가 자신을 받아줘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그는 국위선양을 한데 따른 보답으로 이미 금전적으로, 또한 병역혜택 등으로 넘칠 만큼 과분한 보상을 받았다. 그러니 공로를 내세운다는 것은 조금 염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또 박찬호의 구위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는 내년이면 만으로 39세가 된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박찬호의 성적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일본 무대에서 통하지 않은 구위가 한국에서는 통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박찬호의 구위도 구위지만 한국 프로야구 수준 또한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 한국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꺾고 아시아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은 양국의 야구실력이 백지 한 장 차이로 좁혀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야구에 대한 박찬호의 사랑과 열정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가 현실을 냉정히 보는 눈을 가졌으면 한다. 박찬호가 특별법까지 만드는 편법으로 한국 마운드에 올랐는데도 전혀 기대에 못 미친다면 팬들의 실망은 물론이고 스스로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조금 아쉬운듯 싶을 때 내려올 줄 아는 것이야 말로 명예를 지키는 가장 뛰어난 지혜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