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토막같은
청춘을 살았다
불길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던,
거두절미 당한 벌거숭이는
어느 새 나무의
뼈가 되었다
숯으로 변한 나는
불 같은 사랑을
두려워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
불씨를 숨기고 살아간다
막 배를 가른
산 짐승의 속처럼,
숯을 꺼낸 빈 가마는
여전히 뜨겁다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가
얼마간 따뜻한 것은
마음 속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후기(1968 - ) ‘숯가마 앞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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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만들어놓은 화덕에 잔가지들을 태울 때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가시며, 덤불이며, 이파리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재로 변해버리는지 놀라곤 한다. 화자 또한 숯가마 앞에서 청춘을 불태우던 과거를 떠올리며 불같은 사랑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화자는 숯을 꺼낸 빈 가마가 여전히 뜨거우며 그 불길 때문에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가 얼마간 따뜻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더욱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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