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인 듯 하였습니다.”
“그의 눈은 쥐와 같았는데 두려워할 위인이 못됩니다.”
선조 24년 정월 일본에 간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이 귀국한다. 그리고 선조에게 일본의 동정에 대해 보고를 한다. ‘풍신수길이 어떻게 생겼는가’하는 선조의 질문에 그들이 남긴 보고다.
결국 쥐새끼 같다는 김성일의 보고가 우세승을 거두면서 조선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임진과 정유 7년간의 전란이 그것이다.
풍신수길은 비천한 계급출신으로 최고 실력자가 됐다. 그런 그는 조선을 거쳐 명나라를 정복하겠다는 망상에 젖어 있었다. ‘태양의 아들’로 자처하면서. 그 풍신수길은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영락없는 정신병자다.
그런데 그와 대척점에 있던 또 다른 권력자도 정신병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명나라 황제 신종을 말하는 것이다. 후궁의 처소에 머물면서 30년 동안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취생몽사의 삶이 방해받는 것이 싫어 재상조차 만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돈만 밝혔다.
망상증세의 독재자가 전쟁을 일으켰다. 그에 대한 명황실의 대처방식도 역시 몽환적이었다. 그 와중에 시간만 낭비되고 숱한 생명이 희생된다. 그 미친 전쟁의 바람은 풍신수길이 죽으면서 겨우 멈추게 된다.
‘푸틴을 제대로 보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해 미국의 국정지도자들의 ‘사람 보는 눈’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푸틴이 최고 권좌에 오른 지 15년. 그 세월을 거쳐 간 미국 대통령들-클린턴, 부시, 오바마-은 푸틴이란 인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려진 결론은 미국의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파트너로 생각했다.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현대정치인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서방주도 세계질서에 편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클린턴도, 부시도, 오바마도.
푸틴의 진면목을 처음부터 알아본 정치지도자도 있었다. 체니 부통령이다. 그를 처음 만난 순간 KGB란 단어만 연상됐다는 것이 그의 술회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푸틴 평가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그를 ‘돌같이 찬 살인자’로 파악했던 것.
푸틴은 그러면 뒤늦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보인다.” 메르켈 독일총리의 말이다. “잠자리에 들 때에는 피터대제를 생각하고 일어날 때는 스탈린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이크 로저스 연방하원 정보 분과위원장의 평이다.
스스로가 창조한 나름의 버전, 영광스러운 러시아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망상 비슷한 증세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 이제 와서의 지적이다.
그 과거 병 환자 푸틴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그걸 알아맞힌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고심에, 또 고심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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