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연‘, Sound of leaves A’
꽃이 핀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아
스스로의 생살을 찢는 것이지
그러니까 꽃나무의 고민은
몇 가닥으로 꽃 이파리를 찢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 외에는 없어
배우나 가수
아니래도 모두는 스스로를 찢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목사 가릴 것 없이
조금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셀프 절개를 못하는 꽃들은
메스의 힘을 빌리러 가지
모가지 위에서 흔들리는
한 송이 어둠을 깨닫기까지
그림자는 언제나 뒤에서 따르는 법이거든
나도,
나를 무수히 찢어야 했어
실국화나 꽃무릇처럼 가닥가닥
튤립과에 속하는 것들은
알 리 만무한 고통이지만
천 갈래 만 갈래 나를 찢어서
시를 얻고 사랑을 얻었던 거지
꽃 피었다는 거?
별 거 아니야
그냥 너덜너덜하게 해진 거라고
한혜영(1955- ) ‘피는 꽃’
꽃이 피어나는 일이나 사람이 꿈을 이룬다는 것은 그저 갈래갈래 자신을 찢는 일이라니 이 얼마나 부정적인 관점인가? 하지만 이 부정 속에는 긍정에 이르는 이중의 역설이 있다. 하나는 고통을 피하지 않는 자들만이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모든 성취는 자신을 찢어 너덜너덜하게 하는 허무한 고통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야 하는가. 꽃처럼 자신을 가닥가닥 찢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을 고이 간직하고 아무 것도 되지 말 것인가. 시와 꽃들이 말한다. 너덜너덜해진 나의 몸, 나의 고통 아름답지 않니? 답은 그거다.
<
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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