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운영하던 약국을 그만두고 은퇴 한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2 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 얼마간은 그저 멍한 얼굴로 빨리 달려가는 세월을 보냈고, 그 사이 우리 몸은 어느 새 먼저 알고 하나씩 삐걱이는 소리로 의사를 불렀다.
그 사이 남편은 ‘간단한 수술’이라며 탈장 수술과 인공 뼈를 척추에 3개나 박아 넣는 허리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수술은 모두 성공적 이었다. 특히 남편이 오랫동안 고생하며 매일 듣던 허리 아파 죽겠다는 소리가 이제는 사라졌다. 나도 발바닥이 아픈 족염(Plantar Fasciitis )으로 어느 날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도 잘 걸을 수도 없는 병에 걸려 아파서 쩔쩔맸다. 누구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정말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진정 모를 것이다.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 두니 참말로 별난 병들이 다 나를 찾아오는구나 싶어 꼼짝도 못하다 의사를 찾아가서 치료도 받으며 그렇게 1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많이 회복되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아픔은 진정 늙음과 젊음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친구의 말처럼 그동안 일하느라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새삼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함을 느낀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의사의 건강 리포트가 마치 학기말 성적표 받는 아이처럼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들 둘도 이제는 모두 각자 생활에 열중하며 잘 살아가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사이 세월은 달려가며 우리 몸에 나이테를 하나씩 그어가고 있었나 보다. 아이들이 떠나간 집은 휑하니 찬바람이 불고 추억만 가득 쌓여있다. 결국 우리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 했다. 그런데 이사를 하려니 문제가 생겼다. 38년을 살던 큰 집의 그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해서 가져가느냐의 생각만으로도 하루 종일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왔다.
우선 먼저 꼭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식탁과 의자, 불이 켜지는 3단의 그릇장은 늦게 결혼한 친구의 결혼한 막내딸에게 주고 푹신한 의자는 두 개 빼놓고 방마다 책장, 옷장, 가구, 램프, 소파 등 거의 많은 것을 도네이션 했는데도 아직도 한쪽에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다. 나는 하루 종일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가져갈까 말까를 점치며 보내고 있다. 살림을 그동안 많이 줄인 줄 알았는데 나의 젊은 시절 욕심에 새삼 놀란다. 구석구석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물건들을 보며 또 한번 놀란다.
인간만큼 크고 많은 것에 집착해 움켜쥐는 동물이 없다고 한다. 숲 속 생물 중 ‘악쟁이 말똥구리’라는 녀석이 있는데 소똥을 보면 굴려서 한여름에 창고를 채운다 한다. 그러나 절대 과욕을 내는 법이 없고 먹을 만큼만 구하고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고 한다. 하물며 작은 생물도 그러하거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 나도 이제는 변해야겠다. 나도 그동안 누렸던 많은 것들에 새삼 감사하며, 아이들 둘 키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이제는 정말 욕심을 버리고, 줄이고 또 내려놓는 연습을 매일 실천하고 단순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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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국제 펜 클럽 워싱턴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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