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의 만곱절 세월에게 제 살을 내주며 견뎌온 저 돌멩이를, 억(億)년이 넘는 세월에 만난 뇟보스러운 내가 무심하게 발로 걷어 찰 수가 있을까?
몇 백 년을 양천(良賤)의 분노를 넘긴 끄트머리 몇 십 년 짓눌린 울화가, 광화문 바닥에 뜨거운 촛농으로 굳어지듯, 땅 속에서 무궁세(無窮世)의 인고를 참고 참아온 울화통이 터져, 펄펄 끓는 피로 굳어진 저 돌멩이, 무궁세월 비바람의 부리에 쪼이고 깎기는 아픔을 견뎌온 저 장엄한 차돌멩이를, 찰나만 살고 죽는 내가 플라스틱 나이키 신발로 차 버릴 수가 있을까?
눈부처처럼 찰나마다 살고 죽는, 걸어 다니는 시체인 나에게 채인 저 돌멩이는 또 다시 시작될 화육(化育) 속에서, 공룡들의 포효와 숲속 잎새들의 속삭임을 기다리며 지극한 고요함으로 무극(無極)의 낮과 밤을 견뎌낼 것이다.
나는 문득 돌멩이 대신 걷어찬다. 억조창생(億兆蒼生)을 속인 신(神)들의 부끄러운 위언(違言)들을 걷어차고, 선민(選民)이라는 노속(奴屬)들의 믿음인 겁화(劫火)로 산과 집을 태우는 불기둥을 걷어차고, 바람과 물로 애먼 사람을 죽이는 겁풍(劫風)인 구름 기둥을 걷어차고, 세상 기원의 광언 망설(狂言 妄說)인 무거(無據)를 걷어차고, 코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슬픔을 준 갓 파더를 걷어차고, 계세(季世)의 위사(僞辭)와 2020년간 가라사데의 가리사니를 걷어찬다.
별들은 똥을 눠도 다시 별이 되는데 신(神)들의 매화 타령은 우주 가득하게 구린내를 피운다. 사람인 나보다 더 사람다우면서 오직 사람들에게서만 미움을 받는 반포지효(反哺之孝)와 억년 즈음에 나를 만나 발에 채인 저 돌멩이가 부끄러워 나는 땀을 흘린다.
세상 속 어디에나 가득한 사랑을 몹시 사랑하지 못한 나는 인쥐(人鼠)가 되어 천지(天地)에서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듯하여 참으로 부끄럽다.
***뇟보: 인간이 못되는. 무거: 터무니없는 말. 계세: 말세, 종말.
<이동원 /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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