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중간에서 나름대로 인종과 문화의 갈등을 겪는 황인종계 인도 이민 1세대의 소속감과 정체성의 위기를 사실적이면서 유머와 위트를 섞어 만든 자양분 많은 영화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한 인도계 이민 1세대인 크루틴 파텔이 각본도 썼는데(제작 겸) 인물과 상황 묘사가 매우 충실하다.
인종문제를 엄격한 객관적 안목에서 다루면서 과장 없이 사실적이며 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도 않고 있다. 대단한 통찰력과 재주를 지닌 감독이다. 언젠가 한국계 이민 1세대로부터도 이런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청년 회계사 라지(화란 파히르)와 회사원 니나(쉬탈 쉐트)는 남매. 인도계 약혼녀가 있는 라지는 조용한 성격인 반면 니나는 도전적이요 냉소적으로 어머니가 대표하는 힌두적인 것(중매결혼 등)에 반발, 툭하면 모녀 충돌이 생긴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니나는 일종의 인도 콤플렉스 환자로 인도적인 것을 피해 섹스와 데이트도 백인남자만 골라 한다.
혼자 사는 두 남매의 어머니 안주(마두츠 재프리)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고독을 달래는데 "내가 왜 미국에 와 사는가" 하며 회의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딸에겐 시집을, 아들에게 승진을 재촉한다.
그런데 라지는 자기보다 실력이 못한 백인친구 브라이언(데이빗 아리)이 자신을 제치고 승진하면서 자기 위치를 재점검하게 된다. 니나는 어머니의 소개로 어릴 때 인도서 같이 자란 새 이민자 아쇼크(아시프 만드비)를 만나 모처럼 감정적 접근을 하게 되나 이때 옛 애인인 백인 샘(렉스 영)이 다시 나타나면서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한편 라지는 새로 입사해 자기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백인 줄리아(제니퍼 도어 와이트)에게 깊이 끌리나 약혼녀 때문에 감정표현을 억제한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던 라지와 니나는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하는 것을 계기로 여태껏 미뤄 오던 삶의 진로에 대해 각기 다른 결정을 내린다.
양쪽 문화 속에서 방황하는 이민자들의 모습을 자상하고 지혜롭게 그린 촘촘한 내용을 가진 수작으로 모든 이민자들에게 권한다.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화란 파히르와 마두츠 재프리가 돋보인다. 제목은 미국에서 태어난 혼란에 빠진 아대륙 사람의 두문자. 성인용. Eros. 선셋5(323-848-3500), 노스리지 시네마(310-828-3876), 리걸 시네마(909-595-8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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