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간 소송 이끈 베리 피셔 변호사
“미국의 일본 두둔 없었다면 결과 달랐을 것
한인사회의 의식전환·결집력 발휘도 절실”
“일본의 과거사 규명과 사죄를 받아내는 일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새로운 장이 계속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자그마한 체구의 베리 피셔(사진) 변호사.
그는 6년 가까이 일본기업과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강제징용 손배소송 및 위안부 소송을 이끌어 왔다. 이 때문에 한반도 현대사에 대해서는 웬만한 한인들보다 훨씬 정확하고 객관적인 인식과 지식을 갖게 됐다.
그는 비록 지난 17일 연방대법원이 위안부 소송에 대한 심의를 기각함에 따라 미국에서 진행된 일제 관련 소송은 아쉬움속에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결과에 크게 실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피셔 변호사는 “일련의 소송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를 높였다”며 “언젠가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기업을 상대로 한 홀로코스트 소송에 참여해 1999년 거액의 배상을 이끌어 내기도 했던 그는 일본을 상대로 한 소송과의 차이점에 대해 “홀로코스트 소송은 각종 단체들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련국들의 강력한 지원 때문에 법정밖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일본의 경우 미 행정부가 오히려 전면에 나서서 일본을 두둔하는 정치적인 자세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만약 미 정부가 한인 등 피해자들의 편에 섰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국가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소송의 큰 난관이었음을 입증하는 것.
이와 함께 위안부 소송에서 한국정부가 피해자들인 원고측 변호인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명확한 입장표명 대신 우회적인 접근 방식을 택한 것과, 한국 및 미주 한인사회가 이 소송들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집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피셔 변호사는 “비록 재판은 사실상 끝났지만 지난 시간들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 규명을 위한 씨앗을 심었다”면서 “특히 재판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파일들은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문제가 왜 일어났고, 왜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때”라며 한인사회의 의식전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피해자들은 고령으로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소송들을 위해 북한을 3차례나 방문하기도 했던 피셔 변호사는 요즘 일본이 숨기고 싶어하는 지난 시간들을 파헤치기 위해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시아판 ‘쉰들러스 리스트’ 제작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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