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하고 일어나는 군중의 고함소리에 콜샬크는 제정신을 잃고 도망 가버렸다. 그러나 그까짓 것이 무슨 음악이냐고 때려죽이려고 덤벼들 줄만 알았던 군중들이 앙콜을 청할 줄이야. 다시 한 번 전쟁의 곡, 전쟁의 곡, 군중은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날 밤 콜샬크는 전쟁의 곡을 6 번이나 되풀이해서 연주해야만 했었다. 이 소문이 미국 전국에 알려지자 콜샬크의 이름은 전쟁의 곡과 함께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60여 년 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광산촌, 교통이 몹시 불편한 곳에 노동자들만이 들끓어 음악가들이 찾아올 일이 전혀 없는 어떤 빈촌의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이름 있는 음악가를 불러오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유명한 콜샬크를 불러온다는 소식에 입장권은 날개가 돋친 듯 순식간에 다 팔려버렸다. 음악 무대가 만들어졌고 기다렸던 콜샬크도 왔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무엇보다 필요한 피아노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 콜샬크 자신의 놀라움도 컸다. 이날 연주 시간까지 다시 올만한 기차도 없어 마땅히 음악회는 하루를 더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큰 걱정은 바로 며칠 전 어떤 사람이 음악회를 한다고 입장권을 미리 팔아서 돈을 챙긴 후 도망쳐버린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는 고사하고 단 한 시간도 연기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주최자 측에서 동분서주한 결과 동네 어떤 부자 노인 집에 피아노가 한대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그러나 그 피아노는 이미 폐물이 되어 B 플랫 한 음밖에 나지 않았다. 음악회장에서는 재촉이 왔다. 도망갈 길조차 없게 되자 콜샬크는 벙어리 피아노를 내 실었다. 그와 동시 그날 밤 프로그램은 전부 고쳐서 전쟁의 곡을 연주한다는 광고가 나붙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박수소리에 싸여서 콜샬크는 드디어 무대에 나타났다. 그는 단 한 소리를 가지고 혹은 천천히 혹은 빨리, 어떤 때는 작게, 어떤 때는 크게도 쳤다. 이 소리가 어떤 때는 나팔소리로, 또 어떤 때는 총소리로도 들렸다. 콜샬크의 사력을 다해 두드린 피아노 소리는 마치 대포소리와도 같이 여러 사람들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이리하여 그의 전쟁의 곡은 무사히 끝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말이 있는데 콜샬크도 죽고 사는 것이 자기 두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힘과 정성을 다해 두드렸던 까닭에 여러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격을 주었으며, 자기도 그런 곤경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기 이름을 드날리게 되었던 것이다.
한반도에 통일의 서광이 드디어 긴 동면에서 깨어나, 서서히 그 웅장한 빛을 힘있게 발산하기 시작하고 있다. 만일 오늘 한국국민 5천만이 힘을 합해 각자의 선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콜샬크와 같은 사력을 다할 수 있다면, 강대국 지도자들의 차돌같이 굳어진 마음, 칠흑같이 어두워진 영혼까지도 능히 녹여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반세기가 넘도록 그렇게 오래 동안 허리가 두 동강 난 채, 험산준령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백의민족에게도 대자연의 봄, 향기에 가득 찬 꽃동산이, 콜샬크의 전쟁의 곡과 함께 3천리강산을 진동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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