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야기해도 되겠지 2년이 훨씬 지난 일이니까.
나는 3개월 혹은 4개월에 한 번씩 정기 진단을 받으러 홈 닥터 사무실에 간다. 가며는 몸무게 혈압 등을 재고 기다렸다 의사를 만나면 그동안 별다른 이상이 없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끝에 어느 날 왼쪽 겨드랑 안쪽에 까만 혹 같은 점이 있어 커지는 것 같아 떼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상의를 하였더니 피부과에 가보라면서 의사를 소개해 주었다.
전화로 연락하고 정해진 날짜에 찾아갔다. 인도계인 듯한 의사는 몸을 벗기고 앞뒤를 두서너 번 돌리며 돌아보더니 겨드랑의 혹은 신경 쓰지도 않고 같이 간 아내와 딸을 불러 아빠가 언제 시간이 있느냐고 묻더니 엉덩이 위의 이 검은 점이 문제인데 암인 것 같다, 급히 치료 해야겠다, 우선 이 부위를 떼어내 암센터에 보내야겠으니 날을 잡자는 것이었다.
암이란 말에 아내가 놀라고 은퇴하여 특별한 스케줄이 없던 나는 그 다음 날 병원엘 갔다. 바로 하반신 마취를 하고 살점을 떼어낸 의사는 14일이며 필라델피아에 있는 암센터에서 결과가 올 것이니 그때 오라는 것이었다.
걱정스러운 딸아이가 피부암에 대하여 묻자 벽에 걸려 있는 차트를 보며 피부암의 종류와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나의 상태는 크기와 모양으로 분명히 암이라는 것이고 4기와 5기가 되면 암세포가 혈관에 침투되어 전신에 퍼져 그때는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기다리는 2주는 참으로 긴장되는 긴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연락을 하며 아빠가 피부암이라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모르니까 기도하자고 야단들이고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 8명은 할아버지가 암이라는 말을 듣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도하자고 졸라대어 집집마다 기도가 풀 가동 되었다. 또 집사람은 한국에 계신 90이 넘으신 기도의 어머님께 알리고 기도 부탁을 드리기도 하였다.
어느 날 아내는 ‘하나님! 목회하느라 고생 많이 하던 우리 목사님, 은퇴하고 글이나 쓰며 평안하게 지내시겠다는 데 하나님! 이게 왠일이에요, 암이거든 싹 도려내 가져가 주세요’ 상처에 얼굴을 대고 울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힘든 2주일을 지내고 병원으로 전화를 했건만 아직 결과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여 있던 아이들이 영어로 저희들끼리 ‘좋지않아 재검사를 하느라 늦은 모양이라’고 수군댔다.
드디어 예정보다 5일 늦게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딸과 함께 급하게 병원에 들어서자 의사가 환히 웃으며 암센터에 일이 많았는지 결과가 이제 왔다면서 봉투를 내어주며 ‘컨그레츄레이션’하고 손을 내어 민다. 결과는 암이 아니라는 소견이다. 아내와 딸이 나를 진하게 포옹해 주었다.
나의 피부암 이야기는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다만 때가 여름이라 상처가 아물고 낫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상처가 엉덩이 위 허리 근처라서 바로 누어 잘 수가 없어 엎드려서 잘 수밖에 없고 옆으로 자면 꿰맨 자리가 터질 염려가 있어 참으로 힘이 들었다.
이런 나를 보던 아이들이 암인지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살점을 많이 떼어내어 고생하게 하시느냐고 소송을 해야겠다고 웅성대기에 ‘야! 가만히들 있어라 암이 아닌 것으로 감사하자’고 하며 한바탕 웃어댔다.
박석규
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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