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지나고 8.15가 되면 잊혀지지 않는 사진, 약 20년 전쯤 신문에 크게 나왔던 사진 하나가 생각난다.
키가 큰 두 미군 사이에 10살쯤 되어 보이는 키 작은 한국아이가 그들 사이에 의자를 같다놓고 올라서서 양쪽에 서있는 군인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이었다. 또 그 옆 사진은 그 당시 35년이 지나 다시 만난 하얀 백발의 미국사람과 이제는 중년이 되어가는 한국 남자가 너무 반가워 서로안고 재회의 눈물을 흘리는 사진이었다.
6.25 피난길에 가족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던 소년 이수만은 화물 열차를 겨우 탔는데, 발 디딜 틈도 없는 곳에서 밀려가다 부모를 잃고, 내린 곳이 지금의 충청도 옥천이었다. 가는 곳 마다 전쟁의 폭격으로 사람들은 모두 지쳐있었고, 그때 며칠인가 먹지 못한 배를 움켜쥐고 기진맥진한 그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군인은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군인 막사 안에서 기거하도록 해주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전쟁고아로 길을 헤맸는데,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 어린 소년을 거둔 바 군인은 종군 기자인 컨 셀러스 상사였다. 전쟁 종군 기자인 그는 쉬지 않고 어디론가 옮겨 다녀야했고,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는 소년도 함께 데리고 갔다. 처음에는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했으며, 식사 때가 되면 함께 먹고, 밤이면 함께 잠이 들곤 했다. 서로 낯선 외국인들 이지만 그들은 금방 정이 들었다.
그러다 U.N. 상륙작전으로 다시 서울을 탈환하고, 서울에 도착한 소년은 가족을 찾았으나 집은 폭격으로 무너졌고 가족을 찾을 길이 없었다. 소년은 다시 그 군인을 따라 북진하는 군대와 함께 평양까지 올라갔다. 그가 최전방에 갈 때는 소년을 가까운 친구에게 맡겨두거나, 여의치 않으면 취재를 하면서 자기 허리띠를 길게 늘려 꼭 붙잡고 다니게 했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그는 소년을 양자로 데려가려고 애썼지만 전쟁 중이라 그런지, 그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그를 데려가기로 약속하고, 가까운 친구에게 그를 맡겼다. 그때 그는 자기 손목시계를 소년에게 건네며, 이건 우리 아버지가 사 주신 거라면서 나는 너를 꼭 데리러 온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몇 년 후 입양법이 바뀌자 샐러스씨는 그를 찾으러 한국에 다시 갔지만, 소년은 그곳에 없었고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소용이 없었다.
셀러스씨는 종군 기자 제대 후 자기 고향인 오레곤으로 돌아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으며 그가 쓰는 소설들은 베스트셀러에 계속 올라갔다. 그의 작품은 스피디한 전개와 탁월한 구성으로 세계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팔리는 것도 있었다(그중 하나는 TV에 연속극으로 나왔던 유명한 ‘달라스-DALLAS’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컨 셀러스(예명 LEE RAINTREE)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며,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의 작품은 기억하고 있었다.
한편 그와 헤어졌던 소년은 서울에서 우연히 부모를 만났고, 옛날 일들은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그가 결혼하여 뉴욕에 와서 청과상을 한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어느 날 새벽 3시쯤인가... 일본의 통신국에서 일하는 형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떤 미국 사람이 6.25 참전 미군들중 한 사람이 신문에 사람을 찾는 광고를 냈는데, 이름도 같고 아무래도 너 같아 라고 하면서 그의 집 전화번호를 주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공항에서 얼굴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렸다. 당신은 왜 나를 평생을 찾았나요. 중년이 된 소년 수만이 물었다.
“첫째는 내가 너를 내 아들로 삼은 날부터 너는 내 아들이니까. 둘째는 약속. 네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내가 너를 데리러 온다고 한 약속을 꼭 지켜야하니까. 그리고 아내도 나와 함께 우리 아들인 너를 찾아야 한다고 했으니까. 셋째는 너는 너무 귀여웠고, 내 아들이라 생각하니 가족이 곁에 있어 종군기자 시절이 외롭지 않고 얼마나 든든했는지에 대한 기억을 평생 잊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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