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나 자살이라는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서는 언제나 우울해진다. 죽음의 소식을 들을 때 아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잠시 숨을 멈추게 하고, 순간의 무력감과 공포와 죄스러움으로 남는 것은 나 또한 같은 무대의 단역배우이기 때문이리라. 최근 신문보도를 통해 불행한 일들을 접하면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의 아픔에 애도를 보낸다.
자살을 막기 위한 이런 저런 처방들이 제시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을 완벽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신의학적으로 자살은 뇌의 병이다. 그러므로 ‘자살은 병사’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의학적 인 첫 번째 원인은 정신 질환이다. 주요 우울 장애, 양극성 장애(조울증), 정신분열증(과대망상증, 피해망상증, 정신착란증), 섭식장애, 약물중독증 등이 그것이다. 두 번째로는 몇 종류의 성격장애(자기애성, 망상성, 반사회성, 경계성 인격장애)를 들 수 있으며 세 번째가 선천적 뇌신경 장애로 인한 충동조절장애(욱하는 성격, 병적 도벽, 병적 방화, 병적 도박 등)이다.
타살 후 자살이라는 사건은 주로 성격장애와 충동조절장애, 피해망상증, 약물중독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격분을 파괴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생기는 수가 많다. 예측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인, 정치인 등 사회에 많이 알려진 인사들, 노벨상 수상자, 훌륭한 발명가, 천재 예술가 등의 갑작스런 자살의 배경에는 조울증 및 조울 성향의 성격장애가 주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질환 외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우에 해당되는 이들은 심한 충격 및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병적 현상을 일으키며 우울증과 정신착란증의 과정을 거친다. 뇌 호르몬에 이상이 생겨 우리 몸의 화학물질(세로토닌, 도파민, 노에피네프린)이 적어지면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신체적으로 극도로 나약해지며 잠을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며, 사람들을 피하고, 여기에 술이나 마약이 첨가되면 훨씬 더 상태가 심각하게 된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기 전에 상담치료, 부부상담, 소셜워커, 법적 도움 등 여러 전문 분야에 걸친(multidisciplinary) 치료를 받아야 하며, 약물치료로써 뇌의 호르몬을 조절해주어야 한다. 자살 위험성이 있지만 본인이 도움을 거절하고 주위 사람이 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어질 경우 강제 입원치료 외의 방법은 없다.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을 강제로 법에 의해 입원치료 하는 경우는 LA카운티 PMRT(Psychiatry Mobile Response Team, 정신과 응급상담 팀 1-800-854-7771)이나 가까운 경찰이나 911로 연락해야 한다. 이 때 담당자가 와서 직접 본인을 면담하고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자살은 자기 손으로만 아니고 사고로 위장할 수도 있고 남의 총에 의해서 죽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라도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많은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 권혁재는 자신의 시 ‘단디해라’에서 ‘니, 단디해라’라는 한마디를 “식전 첫 차를 타고 객지로 떠나는/아들의 어깨 너머로/태초의 말씀처럼 건네는 한 마디/처음 나를 독립된 개체로 치켜세우면서/세상으로 밀어 넣던 어머니의 목소리“로 기억한다. ‘단디해라’는 야무지게 잘하라는 뜻의 경상도 말이다. 삶이 곤고할 때 어머니의 이 한마디를 떠올린다면 작은 위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조만철/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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