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낭만파 화가 터너의 후반기 25년의 삶 담아내
▶ 주연 등 배우들 연기 탁월
터너(티머시 스팔)가 해변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미스터 터너 (Mr. Turner)) ★★★★½(5개 만점)]
인상파의 전위 구실을 한 영국의 낭만파 화가로 빛을 뛰어나게 이용한 풍경화 화가 조셉 맬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후반기 삶을 그린 전기영화로 그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섬세하고 수려하다. 짙은 물감으로 그린 화폭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황홀감에 젖게 되는데 150분간 서술되는 영화의 진행속도가 굉장히 느려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정말로 명화다.
영국의 명장 마이크 리와 그의 영화에 많이 나온 티머시 스팔이 다시 콤비가 되어만든 영화로 미술과 상업에 관한 연구이자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터너의 인물 탐구영화인데 촬영이 그림처럼 유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볼이 두꺼비 배처럼 튀어나온 스팔의 연기다. 불만에 찬 짐승의 속 끓는 소리를 내면서 끙끙 앓는 듯한 연기를 하는데 묵직하고 압축된 연기로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그는 이 영화로 얼마전 뉴욕 영화비평가 서클에 의해 2014년도 최우수 주연남우로 선정됐다.
영화는 시각적 이야기꾼인 터너의 마지막 25년을 그리고 있는데 1820년도 후반에서 시작된다. 터너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벨기에에 갔다가 아버지와 충실한 하녀 하나(도로시 앳킨스가 뛰어난 연기를 한다)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재정착한다.
그런데 하나는 터너의 애인 노릇을 겸한다. 터너에게는 이밖에도 숨겨 놓은 정부 새라(루스 쉰)와 장성한 두 딸 그리고 손주가 있으나 터너는 이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터너는 가정보다는 그림을 더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림의 대상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 때나 불쑥 그 곳을 향해 떠나곤 한다.
특히 터너가 좋아한 곳이 영국 남동부의 해변마을 마게이트로 그는 여기서 가명을 쓰고 한 집에 세를 든다. 주인 여자는 두 번이나 이혼한 성격이 활달한 소피아 부스(매리온 베일리도 출중한 연기를한다). 그리고 소피아는 터너의 마지막 정부가 된다.
영화의 감정적 중심은 터너와 소피아의 관계. 성질이 고약할 정도로 까다롭고 반사회적인 터너와 마음이 넓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소피아가 서로 균형을 맞춰가면서 맺는 관계가 아주 아름답고 정성껏 그려진다. 소피아는 터너에게 풍경화가가 필요한 빛 구실을 한다.
당시 화가들의 꿈은 콧대 높은 기득권을 지닌 화가들의 그림들이 전시된 대영제국 미술 아카데미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의식 절차인데 이미 유명해진 고집 센 통뼈인 터너는 그런 것에 아랑곳 않는다. 터너가 유명해지면서 그를 질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터너를 야유하는 풍자화도 나오는데 특히 부르좌들이 터너를 고운 눈으로 보질 않는다.
터너는 얼마나 성질이 고약한 사람인가하면 자기 그림을 호평하는 영향력 있는 젊은 비평가 존 러스킨(조슈아 맥과이어)마저 별로 달갑게 여기질 않는다. 때론 심술부리는 아이 같은 독불장군이다.
영화는 터너의 그림을 많이 보여 주기보다는 그와 그가 살던 시대의 성질과 상황을 포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터너가 스케치를 하고 캔버스에 페인트로 적신 붓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명화 감상하고 나온 기분이다.
R. Sony Classics.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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