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90>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또 한해를 보내면서 문득 윤동주 시인이 노래한 ‘별’이 마음을 스쳐갔다. 지난 연말을 기억해 보면 바로 엊그제의 일들 같은데 어느덧 또 새 달력을 찾아 벽에 거는 시간이 된 것이다. 세월이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고 주위의 많은 것들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윤동주의 별을 기억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은 한국 사람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1917년 12월30일 북간도 용정에서 태어나 27세의 짧은 삶을 살고 간 영원한 청년시인 윤동주는 신실한 기독청년이었으며, 고뇌하는 애국투사였고, 삶을 누구보다 관조하고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가 죽고 난 후 출간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모두 116편(제3판)의 시가 수록이 되어 있는데 어느 하나 함축된 언어의 정수, 절제된 감정의 아름다움을 그리지 않은 작품이 없다. 풍성한 말잔치에는 들을 것이 없다. 과장된 감정의 표현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윤동주의 시가 오늘날까지도 사랑받고 언제 다시 읽어도 색다른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가 사용한 절제된 언어, 그리고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그의 삶이 주는 아쉬움 때문이다. 특별히 ‘별’은 윤동주에게 있어서 소망의 투시대상이었고, 모든 미학의 시발점이었다. 땅의 것들을 생각하면 암울하고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런 일제강점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볼 줄 알았던 윤동주 시인은 늘 그의 시 가운데 별을 통한 영혼의 정화를 그리고 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 내 이름자를 써보고 /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일제강점기를 건너오면서 많은 문학가들이 신사참배, 창씨개명 등과 같은 일본의 식민지 통치정책에 동조해 결국은 변절자라는 꼬리를 달았다. 이광수와 같은 대표적인 소설가도 광복 전에 창씨개명을 정당화하고 창씨개명을 권유하는 글을 썼던 이유로 변절자의 낙인이 찍혔다. 그 뿐인가 “사명을 위해 생명을 아끼지 않겠다”던 수많은 개신교 목사들도 일제의 통치아래 신사참배에 동참하며 우상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면에서 조부로부터 기독교 신앙을 이어 받았던 윤동주는 순교자이기도 하다.
“괴로웠던 사나이 /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 나에게도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꽃처럼 피어나는 피로 /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간음죄를 범한 죄인들이 간통한 여인에게 가장 먼저 돌을 던지고 싶어 하고, 멀쩡한 여인을 마녀로 몰아세워 불에 태워 죽이기 원했던 마녀사냥의 더러운 정서가 멀쩡하게 살아 귀신처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이 혼탁한 시대에 윤동주의 별은 마치 2,000년 전 베들레헴에 나타난 별과 같이 영혼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다.
<예찬출판기획 대표 (baeksteph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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