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무기 담보로 국가·사회 협박하는 시대 끝나
이제 핵무기는 냉전체제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용되는 만큼 NPT체제의 허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북한이 자체개발한 미사일인 ‘은하3호’의 발사장면.
■ 제2차 핵 시대 / 폴 브래큰 지음·아산정책연구원 펴냄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인터뷰’의 개봉을 막기 위해 제작사인 소니사를 해킹했다고 지목받고 있는 국제사회의 문제아 북한. 주변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더욱 강하게 반발하는 북한의 행태를 두고 저자는 ‘이웃집 거실에서 자살하기’라고 비유한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 등이 함께하는 동북아시아라는 큰 거실에서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꼴이라는 것.
북한은 작고 약하지만 핵무기를 교묘하게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한 정치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 4일. 북한은 모형 탄두를 이용해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그 날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으며 플로리다에서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던 날이었다. 북한의 이 실험은 북한이 단기간 미사일 일제 발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중대 사건이었다. 특히 우주 왕복선의 이륙 장면이 생중계된 지 몇 분 만에 미사일 2기가 발사된 것은 ‘우주 왕복선의 발사를 미국의 선제공격이라고 가정’할 때 즉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등으로 보복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즉 북한은 새로운 무력 외교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식량과 에너지 생산의 한계에 직면해 국가 붕괴의 위기에 놓여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개혁은 현 정권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UN의 인도적 지원의 형태로 근근이 버티는 북한 정권이지만, 그들은 외부적 압박과 내부적 약점을 직결해 전략을 펼친다.
보통 ‘핵무기’를 이야기하면 ‘냉전’ 체제를 떠올리지만 냉전은 제 1차 핵 시대의 배경이었을 뿐이다. 오늘날 ‘제2차 핵 시대’는 냉전과는 상관없다. “지난 20년 동안 국제 정세를 지배해 온 해묵은 공포와 불안이 일상화된 역학관계 속에서, 새로운 핵전력이 그야말로 ‘자연 발생적으로’ 등장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미국,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그리고 아마도 핵 보유국일 것이라 추정되는 이란과 북한까지. 냉전의 양강 체제가 아니라 ‘분권화’ 된 새로운 핵 시대에 진입해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정치학과 경영학을 가르치며 미 국방부의 여러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저자는 과거 ‘냉전 핵전략’이 왜 실패했는지를 짚어보고 새로운 핵무기 시대에는 어떻게 안전하고 유용하게, 전략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분석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한 셈이다. 게다가 강대국이 흥망을 거듭하고 지역 세력이 부상하며 세계 질서의 윤곽조차 불분명한 오늘날, 미국의 그런 노력은 어차피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1차 핵 시대와 달리, 핵무기를 안보의 토대로 삼아 다른 국가와 사회를 협박하는 일은 ‘한물 갔다’는 사실이다. 즉 위험 수준이 높은 전쟁단계는 차단될 것으로 전망되나 지역 곳곳에 분쟁 가능성이 산재하고 있다는 게 위기로 지적된다. 저자는 ‘제 2차 핵시대의 관리’ 방안으로 핵 보유국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NPT(핵 확산 금지조약) 체제의 허상에서 벗어나 이류국으로의 추가적 핵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핵 위기를 유발하는 극심한 경쟁이 지역적 경계 밖으로 번져나가지 않게끔 주요국 간의 협력을 요구하는 관행을 만들 것과 함께 군비 통제 체제의 재정비, 제 2차 핵시대의 위기를 역으로 활용하는 지혜, 냉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르게 억지력을 세분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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