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97> 라빈드러나트 타고르 ‘기탄잘리’
노벨상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다. 아시안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지난 1913년 수상했던 타고르는 기탄잘리라는 단 한 권의 산문시집으로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는 대표적인 시인이 되었다. 인도 캘커타 출신의 타고르는 신에게 바치는 노래(Songs of Offering)라는 의미의 기탄잘리 시집을 벵골어로 출간했다. 나중에 영어로 번역 출판하면서 당시 유명한 영국 시인이었던 W.B. 예이츠의 긴 서문을 붙여 유럽 전역에서 출판되었는데, 의외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까지 되었다.
기탄잘리는 그 제목만으로 너무 유명해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 시집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작품은 기탄잘리 60번 시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그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라고 한국을 노래한 시에 덧붙여진 기탄잘리 35번 시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고르는 힌두교 인도의 신분제도에서 승려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 가운데는 어느 한 구절에도 힌두교와 관련 있는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단지 수록된 시들은 모두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서구의 독자들은 이 기탄잘리를 읽고 완벽한 기독교적인 시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불교도들은 또 불교 사상이 녹아 있는 훌륭한 불교 시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고르에 작품 가운데 녹아 있는 신에 대한 찬미는 범신론적인 신을 지칭하고 있으며 본인은 사실 어느 특정한 종교의 신을 지칭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1923년 김억 시인에 의해 번역 소개되었고 한용운 등이 타고르의 영향을 받았다.
서문을 써준 예이츠는 기탄잘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 번역의 원고를 여러 날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기차 안에서나 버스의 좌석에서 또는 레스토랑에서도 읽었다. 나는 어떤 낯선 이가 내가 그것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가를 알아차릴까 봐 가끔 그것을 덮어야 했다.” 서구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타고르에 대한 찬사는 그의 서문 전체에 일관되게 나타나 있다.
한편 한국인들에게 타고르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써서 한국의 독립정신을 높이 사고 독립을 격려하는 송시를 전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는 1929년 일본을 방문했던 타고르가 당시 동아일보의 조선 방문 요청에 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도쿄 지국장에게 이 시를 써 주었고 시인 주요한의 번역에 의해 그해 4월 동아일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런데 이 시의 진실성이 최근 들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시 가운데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밝은 빛…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 등으로 표현을 하고 있지만 과연 타고르가 그 당시에 그렇게 조선을 사랑하며 이런 시를 썼을까 하는데 의문이 있다.
또한 타고르는 당시 간단한 메모를 전했는데, 이 메모를 받은 사람이 문학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동해 이렇게 대단한 송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사실을 추적해 보면 좀 씁쓸한 일이지만 타고르는 인도의 독립을 늘 마음에 두고 일본이 오히려 아시아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내심 지원하며 노벨상 수상 이후 5번 일본을 방문하며 일본 정부를 칭송했었다.
어떤 이유였건 타고르가 조선의 독립을 지원, 격려했다는 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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