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희의 가야금산조, 조흥동의 한량무·진쇠춤, 채상묵의 승무 원형, 김근희의 즉흥시나위 등
▶ 대가들의 신명 난 한마당
이병임 (무용평론가·우리춤보전회 회장)
피날레에서 공연자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춤추고 있다.
[LA 한국문화원 개원 35주년 기념 특별공연을 보고]
LA 한국문화원의 개원 35주년 기념 특별공연이 3월31일(El Rey Theater)과 4월1일(한국문화원 아리홀) 이틀에 거쳐 열렸다. 지난 35년간 여러 차례 LA를 다녀간 한국의 대형급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공연은 양일 연속 객석이 만원을 이룬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문화체육부 해외문화홍보원의 후원으로 LA 한국문화원과 미주우리춤보전회가 지난 1년간 공동으로 기획하여 올린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은 문화재들과 문화재 후보자들이 다수 참여한 명인들의 합동공연, 창작 전통 현대무용 등 장르별 조인트 리사이틀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한국과 미주의 공연가 30여명이 함께 어우러져 이룬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산조의 이영희는 김윤덕류 산조를 차분한 분위기로 연주, 대가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서울시 무형문화재 45호 한량무 예능보유자 조흥동은 대조적인 한량무와 진쇠춤에서 오랜 관록과 시종 관객을 압도하는 무게감으로 한국 최고의 남성 무용가로서의 품격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이매방류 승무(무형문화재 27호), 살풀이(97호)의 대표주자격인 채상묵(승무, 흥춤)은 이매방 이후 승무의 원형을 원숙하게 다시 LA 무대에 선보여 반가움을 더했고, 경기도 무형문화재 53호 경기검무의 김근희(교방입춤·즉흥시나위) 역시 경륜을 바탕으로 춤이 지닌 흥겨움을 완숙하게 연기해냈다.
97호 도살풀이의 전수조교 양길순은 소고춤과 부정놀이를 매끄럽게 표현, 도살풀이 공연 때와는 또 따른 전통 춤꾼의 다양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문화재 39호 처용무의 전수조교이며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원장 인남순은 즉흥성이 돋보인 입춤과 기녀의 흥을 묘사한 여령무를 특유의 해학과 기교로 소화, 객석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진도북춤보전회를 이끌고 있는 이경화는 제자들과 함께 진도북춤, 풍물놀이로 이틀간 공연장의 신명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한국 현대무용 최고의 테크니션 이윤경은 홀로아리랑과 꽃자리 등 두개의 심도 있는 솔로작품을 완벽하게 연기했고, 이숙재 밀물현대무용단의 성유진, 박희진은 Help Us, 얼굴 바꾸기 등 두 작품을 듀엣 연기로 호흡하며 공연의 다양성을 더하며 전통이 주를 이룬 전체 공연과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었다.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남무용단(장구춤)과 김경희무용단(태평무), 그리고 오프닝과 피날레를 노래로 리드한 서훈정(문화재 2호 판소리 심청가 전수자)과 전통 창작그룹 ‘해밀’도 본국 예술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문화원 개원 35주년 기념 공연의 주제인 조화와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공연자들은 각기 자신들의 분야를 대표하는 예술인들이다. 한국에서도 이들 명인들의 공연을 이처럼 한 무대에서 관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5년간 미주 땅에 올바른 이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한국 전통문화의 홍보마당에 이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정신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오늘 날 미주에서 일고 있는 한류기류와 이민문화의 현주소는 결코 지금과 같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간 커튼 뒤에서 조용히 일해 온 문화원 스태프들의 수고가 컸다. 이들의 수고 덕에 남가주 한류시장의 문화상품 개발이 이제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리고 김영산 원장의 예술 행정가로서 쌓아온 역량과 숨은 공로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지금 문화 강국을 꿈꾸고 있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려 경제뿐만 아니라 이제는 문화적 위상도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서기를 갈망하고 있다. 5,000여년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고 뿌리 내리는 일에 이제 미주한인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예로부터 음악과 춤을 즐기는 우리 민족, 우리 선대 조상들의 ‘끼’가 바로 오늘날 한류, K-Pop의 원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LA 한국문화원의 개원 35주년 기념공연을 계기로 미주의 젊은 한인들과 2세들이 미국 내 한류문화 정착의 주체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우리춤보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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