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엔 아침마다 열심히 일기예보를 본다. 눈이 오거나 유난히 궂은 날씨의 길 상태를 알려주는 채널에 초점을 맞추고 신경이 더욱 쓰인다.
얼마전 남편이 차고 앞에서 얼음에 넘어져 오른쪽 팔목에 금이 갔다. 주말이고 갑작스런 일이라 퉁퉁 부어오르는 팔을 안고 어쩔줄 몰라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응급조치를 하고 깁스를 하고 왔다.
약으로 진통을 하면서 급하게 정형외과 센터에 약속을 하고 계속 엑스레이룰 찍으며 의사를 만나러 매주 병원에 다닌다.
갈 때마다 병원에는 왜 그리 부상자가 많은지… 붕대로 왼 팔 전체를 휘감은 사람, 절뚝거리며 지팡이로 걷는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등 세상 모두가 부상자인 것 같다.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모르던 세상을 보면서 아직까지 다치지 않고 하루를 지내게 해 주셨던 하나님께 저절로 감사하게 된다.
갑자기 모든 사소한 일들이 굉장하게 보인다. 숟갈을 들고 식사하는 일, 세수하는 일, 샤워하며 옷 갈아입는 일, 글씨 쓰는 일, 눈 치우는 일, 운전하는 일… 한순간에 파란불이 빨간불로 변해 버렸다. 항상 마음대로 움직이던 남편의 오른팔이 묶이게 되니 모든게 내 몫이 되었다. 그래도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이야기에 겁이 나서, 남편의 팔을 아끼려고 힘든 줄 모르고 이리저리 뛰고 있다. 오른 쪽으로 누워 잘 수도 없고 누웠다가 일어나는 일조차도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몸의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머리, 눈 코, 입, 귀, 손, 다리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아주 조그만 부분에 탈이 나도 얼마나 불편할지, 교묘하고 정밀하게 만들어져 인간의 몸에 새삼 감탄하게 되며 창조주의 손길을 느끼게 된다. 그걸 당연하게 사용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지금처럼 다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다쳐서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어떤 일이든 돕고 싶은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은 내게도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뜨고 움직일 수 있다는 평범한 일이 사실은 평범한 게 아니라는 것도 체험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부귀영화 누리며 사는 것보다 평범하게 고통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건강해서 걸을 수 있는 다리와 온전한 정신이 있을 때 힘차게 걸으며 가족과 친구와 이웃의 사람들을 진실된 마음으로 보듬고 받아들이고 사랑하면서 주신 나날을 감사하며 살 때 행복은 미소 지으며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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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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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신체뿐아니고요 정신질환자는 너무도 많아요. 늘 감사와 사랑으로 살아야죠
좋은글에 공감이 갑니다. 어렵고 힘들때 병원에 한번가보라고 그곳에 가보면 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생활하는게 얼마나 감사한지를 깨닫게 한다는 이야기를 다시한번 새겨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