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파트의 나라이다. 땅이 좁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집을 높이 짓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산이 많아서 산을 개발하면 충분히 여유롭게 땅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산(山)의 나라이다. 산의 선(線)은 한복의 선처럼 부드럽고 우아하여 아리랑의 곡조처럼 물이 흐르는 것처럼 흐느적거린다. 이 산들이 없어지면 한국의 미는 사라지게 된다.
한국의 색깔인 푸른 산을 지키기 위해 좁은 땅에 집을 높이 지어 그 이름을 아파트(Apartment)라고 했다. 눈을 들어 우러러 볼 수 없을 만큼 높이 솟아오르는 거대한 집, 그 거대한 집을 정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뛰고, 일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곳이 한국이다. 그 아파트를 얻으려고 직장생활을 긴장하면서 해야 하고, 푼푼히 모아 아파트에 입주하는 날, 아마도 그들은 인생의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 상상해 본다. 1001동, 1002동, 1003동 각 동의 아파트 건물이 자기의 위치를 뽐내면서 저마다 자기의 자태를 자랑한다. 그 위치에 따라 가격도 다르고, 어느 회사가 지은 아파트냐에 따라 그 사람들의 신분의 등급마저 매겨지고, 관계의 끈도 그것에 따라 좌우가 된다.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아파트가 주인이 되어 사람을 이끌어 간다.
낮에 하얗게 눈을 답답하게 하던 아파트는 밤이 되면 쥐죽은 듯 조용하다. 그 큰 콘크리트 벽 안으로 들어간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의 편안함을 위해 최대한 배려하고 조심해야 한다. 어느 집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하면 온 아파트가 공명이 되어 더 크게 들린다. 위에서 들으랴, 아래서 들으랴 조심조심 말해야 하고, 걸어 다닐 때에도 앞 발꿈치에다 힘을 주며 까치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아파트촌의 모습이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문화이고, 환경이다. 그 아파트촌에서 사는 비결과 지혜를 얻으며 살아야 한다. 내가 편하자고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줄 수 없는 것을 지켜야 한다. 이기적인 욕심보다는 공생하는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아파트촌이다.
이런 아파트가 모여서 도시를 이룬다. 아파트촌이 모여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도시를 이루고, 이 도시는 수도가 되고, 항구도시가 되고, 교육도시가 되고, 산업 도시가 되고, 관광도시가 된다. 도시별로 자기의 특성을 내세운다. 아파트촌은 부문별로 특색을 이루는 디파트(Department)도시가 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고, 부산은 해양도시이고, 인천은 무역도시이고, 대전은 과학으로, 광주는 문화도시가 된다.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 남과 북이 다를지라도 서로의 디파트를 인정한다면 또 다른 남북이 하나 되는 디파트의 나라가 되리라 희망해 본다. 세계 속의 특별한 색깔과 모습을 가진 디파트 나라,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아파트촌에서 함께 사는 지혜가 더 나아가 디파트의 시를 이루고, 통일대국을 이루는 그런 미래가 우리에게 펼쳐지기를 기다려 본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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