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는 22일 오후 3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수많은 시민의 추모 행렬이 늘어섰다.
분향소는 오후 3시부터 입장할 수 있었지만, 2시 30분부터 100명 가까운 시민이 줄을 섰다. 시간이 지나 오후 3시 무렵이 되자 어느덧 200명을 넘어섰다.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쓴 채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경건하고 엄숙한 표정이었다.
상•하의를 검은 옷으로 맞춰 입거나 검은 미사보를 두르고 나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조용히 기도문을 외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성동구 금호동에서 왔다는 이춘희(68) 씨는 묵주 팔찌를 끼고 묵주를 쥔 채 차분한 표정으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그는 "최고의 어른이 가시는 길에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교황님께서 마지막에도 평화의 메시지를 내셨으니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은 김건회(62) 씨는 "아르헨티나에 살았을 때 교황님이 그곳 주교로 계셨는데, 스페인어로 해주시던 말씀들이 울림이 커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했다.
수녀와 함께 경기 의정부에서 왔다는 50대 권소윤 씨는 "어린아이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마음 쓰셨던 분이라 안타깝다"며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에서 온 60대 김선은 씨도 "몸이 안 좋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신자들을 만났던 교황님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교황님은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힘을 쏟았던 분이라 더욱 먹먹하다"고 울먹였다. 관광하러 한국에 왔다가 교황 선종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 명동성당을 찾은 미국 뉴욕 출신 앤서니(42) 씨는 "교황은 처음으로 동성애자 포용의 목소리를 낸 분"이라며 "내 주변의 성소수자 친구들도 소외되지 않고 믿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빗속에도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지자 성당 관계자들은 줄을 서는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이들은 또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들어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나올 때는 반대 방향으로 나와야 한다"고 안내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